올해 초 김건희 씨가 프로필 사진 촬영 당시 입었던 옷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김건희 10여 년 전 의상 그대로 재활용’이라는 제목의 글쓴이는 “옷이 촌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예전 옷을 그대로 재활용한 것 같다”며 “윤 후보도 같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김 씨도 뜻밖에 옷 재활용을 많이 하나보다”라고 말했다. 이를 본 네티즌의 반응은 엇갈렸다.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집사부’ 때 집도 가식 없이 검소했다”, “재활용 또한 자신감 있는 것”, “매번 옷이 바뀌고 빽이 바뀌는 누구와는 다르다” 등의 반응을 보인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이 또한 컨셉이다. 와 닿지 않는다. 의도된 것”, “저것도 무속인이 시킨 거냐”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옷은 우리 몸을 보호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는 동시에,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옷을 입고 있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특정한 의복을 입음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상징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옷은 문자 그대로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상징 수단 중의 하나다. 옷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옷은 예로부터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사람이 특정한 옷을 입음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면, 반대로 사람이 입는 옷을 통제함으로써 그 사람의 내면을 규제하고픈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그래서 신분제 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옷차림새를 달리했으며, 계율을 강조하는 종교에서는 신도나 사제의 복장이 규제되었다.그러고 보면 옷차림새는 개성을 표출시키는 수단이자 동시에 개성을 함몰시키는 도구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귀족이나 선비인 나는 그에 걸 맞는 옷을 입지만 바로 그 순간 나의 독자성은 사라지고 귀족이나 선비의 일원으로서 나만이 남기’ 때문이다. 오래 전 어느 국회의원 당선자가 신사복이 아닌 캐주얼 복장으로 의원 선서를 하려다가 제지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의회에서 제복은 아닐지라도 신사복의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담겨진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의원 각자의 개인적 동기나 사리사욕을 억제하고 국가와 전체 국민을 위해 헌신할 자세를 갖추라는 요구로 보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과연 신사 정장을 한 국회가 사적인 이해관심을 뛰어넘어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해왔는가. 그렇지 않다. 옷은 개성의 표현이 되기도 하지만, 관습적인 옷차림새는 기성 질서를 상징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까닭으로 사회적 변화의 시도나 귀착점은 종종 옷차림새의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옷차림새의 변화가 곧 기존의 틀과 사고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관습적인 옷차림새로 상징되는 기성 질서의 부조리한 측면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명료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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