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 전열관, 관막음이나 재생으로는 한계
울진 원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무더기 손상
예방정비 중인 울진원전 4호기에서 증기발생기의 전열관이 무더기로 손상된 것으로 알려져 전력수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30일 울진원전에 따르면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실시한 울진 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때 증기발생기 2개의 1만6428개 전열관을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3847개의 전열관이 두께가 얇아지거나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울진원전은 전열관을 수리한 뒤 증기발생기 교체 시기를 2016년에서 2013년 9월쯤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기발생기 교체는 보통 40년 주기로 이뤄지는데 울진원전 4호기는 1999년 완공됐음에도 14년 만에 교체되는 셈이다.
전열관은 예전에도 몇 차례 말썽을 일으켰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4호기는 1999년 가동 이후 현재까지 12차례 고장이 발생했다. 그 중 3번이 증기발생기 이상 때문이었다.
전열관 손상으로 냉각수가 누출되면 원자로를 식히지 못해 녹아내리는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2002년 4월 5일 당시 원전 정비를 위해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던 순간 2번 증기발생기의 전열관이 가로 방향으로 깨져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전열관 속의 1차 냉각수가 13분간 45t이 누출되며 백색경보(1등급 사고)가 발령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전열관에서 누출된 물이 증기화돼 방사능물질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수원은 원전 정비 때마다 증기발생기의 전열관 손상 여부를 전수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울진 4호기에는 증기발생기 2대가 장착돼 있고, 각각 8214개씩 총 1만6428개의 전열관이 있다. 한수원은 손상된 전열관이 발견되면 관 자체를 폐쇄하는 관막음(plugging) 또는 관 속으로 직경이 작은 보조관을 삽입해 수리하는 관재생(sleeving)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울진 4호기의 전열관은 재질에 근본적 문제가 있어 이런 임시방편적 조치로는 사고 위험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에 정비되는 전열관은 3847개로 총 수량의 23.4%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정비대상 전열관 3847개 중 922개를 폐쇄하는 ‘관막음’을 하고, 나머지 2925개는 관 내부를 보강하는 관재생작업을 거쳐 가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4호기 전열관의 재질은 니켈과 크롬, 철 합금인 ‘인코넬-600’이다. 전열관 속으론 고온고압수(섭씨 320℃, 압력 150기압)가 흐르는데, 인코넬-600은 높은 열과 압력을 받으면 부식과 균열 발생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오래 전부터 전열관 재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원전 전문가들은 “크롬 함량을 배로 늘려 부식과 균열에 강한 인코넬-690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증기발생기 자체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한수원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울진 1·2호기의 증기발생기 총 6대를 교체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4호기의 증기발생기 교체 계획보다 3년 정도 앞당겨졌지만 예산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4호기의 증기발생기 교체 필요성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열관 이상은 증기발생기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라며 “그래도 원전 안전과 가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열관의 폐쇄 허용치를 계속 상향조정하고 있다. 울진 4호기의 경우 8%였던 전열관 폐쇄 허용치를 지난 9월 10%로 올렸다.
원전 전문가들은 “울진 4호기처럼 인코넬-600 재질의 전열관을 쓰는 원전은 울진 3호기, 영광 3·4·5·6호기 등 여러 곳”이라며 “일본 원전 사태로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목격한 만큼 전열관의 땜질식 처방을 멈추고 증기발생기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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