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안팎의 어려움에도 고수해왔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경기가 올해 3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3분기 저점론’ 희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대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내년에는 L자형의 경기둔화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횡보론’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한국경제 경기 침체 장기화하나= 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손볼 가능성이 감지된다.
지난 9월25일 2013년 예산안 발표에서 4%대 전망을 내놓은지 불과 석 달만이다.
당시 정부는 올해 3.3%, 내년 4.0% 성장에 이어 2014년 4.3%, 2015년 4.5%, 2016년 4.5% 등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한다고 봤다.
내년부터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가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곳곳에선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 ‘2013년ㆍ중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와 중국, 미국의 부진으로 수출여건이 신속하게 개선되기 어렵고, 국내 가계부채와 고용ㆍ내수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기관별 성장률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201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1%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 3.9%에서 3.6%로 전망치를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전망치를 3.4%에서 3.0%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3.2%로 수정했다.
노무라(2.5%), UBS(2.9%), 메릴린치(2.8%), 도이체방크(2.6%), BNP파리바(2.9%) 등 투자은행(IB)은 일제히 2%대를 예상했다.
향후 수출과 내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게 성장률 전망치 하락의 주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균형무역’ 달성을 목표로 설정, 중국으로의 수출여건이 더 나빠진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수출 둔화는 곧바로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둔화로 이어진다. 대중 수출의 ⅔가량이 가공무역이나 보세무역 등 재수출용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줄고 민간소비 회복세도 주춤한 상태다.
다만,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인 7.7%까지 떨어지는 등 회복세를 보이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는 ‘활력높이기’=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 투자 부진 등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일 방침이다.
재정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도록 내년 상반기에 재정의 조기집행을 추진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세 차례 내놨던 정부의 부양카드는 재정 조기집행이다. 상반기 조기집행률이 2009년 64.8%, 2010년 61.0%, 올해 60.9%였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60% 내외에서 재정이 조기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다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재정위기로 휘청이고 있는 만큼 수출시장을 신흥국으로 다변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내년에도 물가는 2%대의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선진형 물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이어간다. 지방 공공요금은 지역별 격차가 커 산정기준을 개선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공요금를 합리화한다.
거시건전성 안정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국내로 급격히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초까지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가 풀리고,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면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화해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핫머니’가 국내 자본시장을 넘나들며 환율을 교란시킬 수 있어 정부는 올해말 선보인 선물환 포지션 한도 강화와 같은 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또 복지 분야에선 양육수당,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전세자금ㆍ주택구입자금 융자지원, 기초수급자 확대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추진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를 위해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규제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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