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계수(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 11년 만에 최고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가계형편이 팍팍해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서민층이 각종 범죄 유혹에 내몰리고 있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주부가 생필품 털기에 나서는 등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는가 하면 푼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범행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시대, 서민층은 범죄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생활비가 없어서"…좀도둑 아줌마族 `활개 = 빠듯한 생활비를 충당하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주부 절도범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 1천700건에 불과했던 주부 절도는 지난해 3천101건으로, 5년 만에 82.4%나 늘었다.
성추문 검사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40대 주부 A씨 역시 전형적인 `생계형 절도`를 일삼다 경찰에 꼬리가 잡힌 전형적인 사례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3개월에 걸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값싼 물품을 훔치다 마트 직원에게 발각됐다. 손댄 물건은 수십 개에 달했지만, 이 중엔 몇천 원짜리 냉동식품도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범행했다며 줄곧 신세를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남편이 벌이가 넉넉하지 않은 데다 지방 출장이 잦아 A씨가 사실상 혼자 자녀 셋을 키워왔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미아방지용 금목걸이만 골라 턴 30대 주부 박모씨 역시 턱없이 모자란 생활비 때문에 결국 나쁜 손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남편과 별거 상태인데다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하던 박씨는 돈이 떨어지자 서울 송파구의 고급 아파트 상가를 돌며 금목걸이를 찬 부잣집 아이들을 노렸다. 예전에도 절도 혐의로 두 차례 철창신세를 졌지만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경찰청 집계 결과 지난해 입건된 절도 사범 11만1천390명 가운데 63%에 달하는 7만225명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9일 "최근 들어 생활고에 시달린 주부를 포함해 저소득층의 절도가 잦다"며 "엄연히 범죄를 저지른 것이긴 하지만 조사를 하다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급전 목마른 서민층이 `봉`…서민 상대 범죄 급증 = 지난 10월 752명으로 구성된 `스마트폰 요금폭탄 피해자` 모임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요금 청구가 부당하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이들은 스마트폰 개통 보조금에서 15만원을 떼어 주겠다는 사기 일당의 말에 속아 명의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최고 1천만원이 넘는 요금 폭탄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기 일당은 푼돈이지만 `공돈`에 눈먼 서민층만 골라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앞서 9월에는 일자리를 찾던 주부 268명에게 가사도우미 자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속여 보증금 명목으로 4억4천여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다.
각각 100만원 넘는 돈을 뜯긴 피해자는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주부들로, 이들은 지역 생활정보지를 통해 일자리를 찾다 마수에 걸렸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고전적 범죄인 불법 대부업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주 선진통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검거된 불법 대부업자는 3천90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지난 8월까지만 모두 7천800명이 붙잡혔다.
2차 피해로 연결되는 불법 채권추심 사범도 지난해 대비 4배 넘게 증가한 1천37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사채업자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서민층에 대한 금융지원망 구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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