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8년 8월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한 이후 녹색성장이라는 브랜드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점차 한국의 국가브랜드로 이미지가 굳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녹색기후기금(GCF)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하는 쾌거를 거두었으며, 2012년에 이르러 드디어 2년여 만에 한국정부 주도하에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국제기구로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한국의 녹생성장에 대한 브랜드화는 국제사회에서 보다 높은 위상을 올릴 것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에서의 녹색성장에 대한 가치관은 저탄소 고효율에너지의 개발, 에너지 안보강화 및 생태건전성의 확보가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견실한 성장을 하되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은 최소화하며, 동일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되 이산화탄소의 부하는 최소로 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개발 육성 및 수출하고자 하는 것이 그 근본이다.
녹색성장에 대한 무공해 청정에너지원의 확보와 운영이 필요한 것을 반론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범지구적으로 절실한 이 패러다임과 이를 인식하는 국민들의 가치관의 상충이 결과적으로 녹색성장의 국제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신에너지의 개발을 예로 들어보자. 수년전만 해도 의심을 가질 필요조차 없었던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사업. 그 투자와 진행이 지금은 어떠한 현실인가. 녹색성장을 표방하여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거 투자가 진행되어온 그 장밋빛 사업이 현재는 위기의식이 너무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경영에 따른 문제도 부분적으로 제기가 되고 있으나, 지금은 태양광을 설치할 곳이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가중치이다.
초기에 개발되고 운영되어온 시설들은 어떻게 보면 녹색성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저탄소 신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현저히 저감시키는 수목을 벌채하게 된 것이 그 중요 원인이며, 광활한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함으로서 토지이용에 대한 효율성이 감소하게 되었다.
아울러 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넓은 부지에 대한 훼손 및 개발에 비해 산업단지나 기타 택지개발과 다르게 고용효과나 인력창출의 기회마저 없어진 것이 결과적으로 가중치라는 새로운 기준을 확립시키며, 건축물의 옥상과 같은 유휴부지 활용이라는 웃지도 못할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녹색성장이 아닌 경제원리와 환경론에 가로막혀 좌초의 위기가 되어 가고 있다.
한편 풍력발전사업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기술집약적이고 대단지를 이룰 경우 사실상 말로 할 수 없는 장관을 형성할 수 있는 멋진 관광명소의 일부로 랜드마크가 되질 않는가.
국내의 지형은 그야말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아니 너무 매력적인 지형으로 북서풍의 적절한 영향권과 높은 표고의, 그야말로 풍력발전기가 운영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70% 이상이 산악지형으로 구성된 것이 하늘이 준 선물이라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현실적인 여건은 너무나도 큰 장애로 작용한다. 우선 사업승인을 위하여 거쳐야하는 관련법령만 해도 참 많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진입도로, 산림, 변전소, 전용선로, 민원분쟁 및 전파영향(산 정상에 오르면 각 방송사, 통신사, 군부대 참 많다. 요즘 개그프로에서 말하듯이 이건 많아도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저수지 수면위에 대한 태양광발전시설, 하천부지 내에 대한 태양광발전시설 등이 검토되고 검증되고 있으며, 육상풍력이 아닌 해상풍력의 개발과 운영 등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글로벌 기구로 진행시키는 등 일취월장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지속적 투자와 녹색성장 삼각편대구도를 형성하기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의 개발과 투자, 수출, 전문인력의 양성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패러다임에 따른 2개의 기간산업인 태양광과 풍력이 이러한 녹색성장에 대한 큰 물결에 순응하지 못하고 역류해가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
아니 요즘은 차라리 원전을 개발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발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신에너지 개발보다 차라리 원자력발전소를 한 두 개 더 개발하면 더 높은 효율이 있는데 굳이 왜 태양광이니 풍력이니 말썽 많은 사업을 추진하느냐는 핀잔이 들린다.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짧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전력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때에 경제적 논리나 환경적 논리로 신에너지를 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고 경제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환경파괴의 주범도 아니다. 말 그대로 녹색성장인 것이다.
신에너지의 개발은 단순한 경제나 사회, 문화의 논리가 아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자연을 이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거대한 패러다임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이다. 더 이상 개발을 환경에 대한 도전이고, 환경자원에 대한 훼손으로만 보는 시각은 이제 자제하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노력과 관심, 복구와 복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자연친화적 사업이 되도록 유도 하여야 한다.
현 시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처하는 우리의 가치관이 변화되고 이제는 따라주었으면 한다. 언제까지 가치관과 현실이 다르게 진행되어야 하겠는가. 청정에너지의 개발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개발시점에서 다소 영향이 나타나겠지만 한번 개발되면 환경적 영향이 거의 없이 유지관리만으로도 영구적인 청정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한 지구를 제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역사적인 기술이고 패러다임인 것이다. 이러한 멋지고 가슴 벅찬 패러다임을 잠시의 불편함으로 포기하고 미루어 후손들에게 또다시 무거운 짐을 넘겨야 하겠는가.
최경집 한국환경NGO협의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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