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동수기자]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봉화를 거쳐 안동의 중심부를 가르고, 북에서 남으로 흘러가면서 많은 지천을 받아들여 그 세력을 넓혀 나간다. 백두 대간의 거친 산들을 뚫고 흐르는 형세라서, 안동 지방에 이르기까지 낙동강은 대체로 협곡을 따라 곡류한다. 그러는 사이 산세가 주춤거리는 곳에 범람원이나 분지를 형성하고, 지천 주변에도 농사지을 만한 땅을 내준다. 강이 내준 땅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물론 안동 지방은 산지가 많아 산에 기대어 사는 이들도 많다. 특히 넓은 범람원이나 안동, 풍산 등의 분지에는 예로부터 큰 마을이 들어서고, 장시場市가 발달하였다. 육로가 발달하기 전에는 낙동강 수로가 물산의 운송로였고, 그 물산이 모이고 퍼져나가는 곳에 나루터가 생겼다. 그 나루터를 배경 삼아 마을이 크게 형성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강을 배경으로 살아감으로써 음식 또한 강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왔다. 이처럼 음식은 지형과 밀접하게 관련되지만, 이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의 기후나 문화의 영향도 받는다. 안동은 내륙 산간에 자리 잡은 과우寡雨 지역인데다가 안동댐과 임하댐으로 연간 안개 일수가 많아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리고 안동은 유교문화에 뿌리를 둔 전통문화가 깊게 남아 있는 고장이다. 이 또한 음식 문화 형성에 영향을 끼친 바가 크다. 한 지역의 음식은 그 지역의 지형과 기후,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안동도 예외는 아니다. 즉 안동의 지리, 문화적 특성이 안동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형성시키는데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안동의 음식 문화 형성에 중심적으로 역할한 것은 아마 지형적 특성인 낙동강일 것이다. 따라서 안동 권역의 낙동강 음식은 결국 안동 음식이 된다. 이를 전제로 삼으면, 안동 음식은 강에서 얻은 음식, 강 주변에서 얻은 음식, 안동에서 특성화한 바다 음식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잉어, 메기, 은어, 빙어, 붕어, 쏘가리 등은 낙동강과 그 지천에서 잡아 조리한 안동의 음식이 된 것들이다. 이들 어류로 조리한 음식에는 찜, 조림, 탕, 구이, 회가 있다. 대표적인 찜에는 잉어찜과 메기찜이 있다. 안동 지방의 이들 찜은 고기 통마리에 콩나물과 미나리,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양념장과 함께 쪄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식감이 부드러워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찰기가 도는 밥에 맛깔스러운 찜 요리로 이름난 S식당의 A씨는 ‘잉어는 임신부와 간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안동 지방의 물고기 조림으로 우선 소개할 것은 은어 조림이다. 은어는 수박 향기가 나고, 맛이 좋아 인기 있는 음식이다. 안동 지방에서 잡히는 은어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진상하기 전에, 석빙고를 지어서 임시로 보관할 정도였다. 바다에서 알을 나으려 안동까지 거슬러 오던 은어가, 안동댐이 건설된 후에는 육봉화해서 한때 많이 잡혔으나, 지금은 댐 상류 지역에서나 잡히는 정도이다. 은어 조림은 양념 고추장을 발라 되직하게 졸여내는 음식이다. 조림으로 소문난 안동 시내 한 식당에서 산나물 무침, 깻잎장아찌, 멸치볶음, 물김치 등의 반찬을 곁들여 내놓는 은어 조림은 맵싸하면서도 감칠맛이 좋다. 특히 청국장과 숭늉이 은어 조림의- 맛을 한층 높여주어 인기가 높다. 은어는 조림뿐만 아니라, 은어구이와 회도 많이 즐기던 요리이다. 그러나 지금은 안동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안동에서 흔히 대할 수 있는 음식이 민물고기 매운탕이다. 민물고기 매운탕은 잉어, 메기, 쏘가리를 주로 이용하여 만들지만, 자연산 잡어 매운탕도 인기를 끈다. 매운탕은 미나리 고사리, 버섯, 토란, 수제비에 고기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 만든다. 뚝배기를 사용하여 조리하면, 얼큰하고 시원한 맛에 깊은 맛까지 더한다. 잉어, 메기는 주로 양식인데, 쏘가리와 잡어는 자연산이다. 민물고기 탕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어탕이다. 어탕은 매운탕과는 달리 주로 잡어를 갈아 넣고 고추장을 얼큰하게 풀어 추어탕처럼 끓여 조리한다. 고기만 넣어 만드는 어탕도 있지만, 국수를 넣어 특성화한 어탕국수도 있다. 예로부터 잉어에 닭을 넣어 푹 고아 만든 용봉탕은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가 있었다. 특히 『규합총서』에서는 잉어는 겨울철에 얼음이 언 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고, 『동문선』에서도 추운 겨울 얼음 밑에 숨은 민물고기를 잡아서 회로 먹는 것이 별미라고 기록하였다. 잉어는 겨울철 별미로도 즐겼던 모양인데, 민물고기 회로는 겨울철 별미 가운데 하나인 빙어회가 있다. 안동댐과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빙어가 안동 지방에서 많이 잡혔다. 한때 훈제로까지 영역을 넓혔던 빙어지만, 산 채로 먹은 묘미 때문에 빙어회가 단연 인기를 끈다. 빙어 도리뱅뱅이, 빙어 튀김은 빙어회에 버금가는 별미로 친다. 지금은 예전만큼 많은 어획량을 보이지 않지만, 겨울철 빙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안동댐 상류나 암산유원지로 많이 몰려든다. 안동에는 바다에서 와서 안동에서 특성화한 음식이 있다. 간고등어와 문어가 그것이다. 이들은 강에서 얻은 안동의 음식보다 안동다운 특성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안동은 지리적으로 내륙에 해당하므로 싱싱한 해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교통이 열악했던 옛날에는 바다에서 안동으로 바닷고기를 쉽게 옮기기가 어려웠다. 거리가 멀어 도중에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염장이었다. 안동 간고등어는 이런 내력으로 세상에 나온 해산물이다. 동해안에서 등짐꾼들이 고등어를 짊어지고 임동 챗거리 장터까지 와서 부패 방지를 위하여 소금으로 절여낸 고등어가 안동 간고등어이다. 이렇게 만든 간고등어는 구이, 찜으로 조리한다. 간고등어 구이는 석쇠에 얹어 은근한 숯불에 노릇하게 굽는다. 간고등어는 머리째 먹는데, 머리 부분은 바삭거릴 정도로 바짝 굽는다. 간고등어의 살코기도 별미려니와 껍질이 특히 맛있다. 껍질은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DHA나 오메가3을 많이 함유하기 때문에 면역 증진과 질병 예방에 특효이다. 안동 간고등어만큼 바다에서 와서 안동에서 특성화한 음식으로 알려진 해물이 문어이다. 안동에서 잔치나 제사 때, 빠져서는 안 되는 해물이 문어이다. 실제로 바닷가 문어보다 안동 문어가 더 유명하다. 안동에서 주를 이루는 문어 요리는 숙회와 산적인데, 이 가운데 명성을 얻는 것은 숙회이다. 문어 숙회는 삶는 방법에 따라 조리의 성패가 갈린다. 문어 숙회는 약간 덜 데친 듯해야 안동 문어 특유의 꼬들하면서도 약간 흐물흐물한 식감을 얻어낼 수 있다. 안동 문어는 안동 전통 시장의 문어 골목에서 나오는 게 맛 좋기로 이름나 있다. 문어의 맛을 내는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양념간장이다. 문어를 먹을 때, 타지인들은 초간장을 쓰지만, 안동 사람들은 주로 양념간장을 쓴다. 문어 요리로 소문난 D포차의 B씨는 문어에 쓸 간장은 고춧가루, 참기름, 마늘, 파를 넣어 만드는데, 간장 맛을 좋게 내자면 양념 들어가는 순서까지 따져야 한다며, 양념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어 산적은 주로 제사나 잔치 때, 문어를 꼬치에 꿰어 쓴다. 안동은 유교 문화의 본산으로 이 유교 문화는 음식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안동에는 한국 음식 문화에서 빠뜨릴 수 없는 3대 조리서가 있다. 조선 전기에 김유가 음식의 조리법과 술 빚는 방법 등을 정리하여 기록한 『수운잡방』, 조선 현종 때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내앞 의성 김씨 청계공 종택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자 미상의 『온주법』이 그 조리서이다. 이들 조리서는 당시 사대부가의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들 조리서에서 제시한 음식이 오늘날 안동의 음식으로 전승된 것도 있거니와 이들 음식과 더불어 안동 고유의 음식들도 많다. 이 음식들은 낙동강과 직접적이진 않지만, 이 강에 기대어 형성된 것이니, 강과는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음식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헛제사밥, 안동 국수, 안동 식혜이다. 헛제사밥은 제사를 모시지 않고 제사밥을 지어 먹는 것을 일컫는다. 헛제사밥은 각 집안뿐만 아니라, 서원의 제례 행사가 많은 안동 지방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향토 음식이다. 제사 음식이란 가장 좋은 재료에 정갈한 손맛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므로 맛있을 뿐만 아니라, 귀한 음식이다. 따라서 헛제사밥은 안동의 독특한 음식 문화로 자연스럽게 정착했다. 안동 국수에는 멸치, 소고기, 꿩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면을 넣어 끓여낸 손국수와 국수를 삶은 후 찬물에 건져 사리로 만들어 미리 준비한 육수에 말아내는 ‘건진국수’가 있다. 전통 안동 국수에는 밀가루와 함께 콩가루가 들어 간다. 건진국수에는 애호박 꾸미와 실고추, 계란지단을 얹는다. 안동 국수에 또 하나 첨가한다면, 제사에 쓰이는 멥국수이다. 맵국수는 일반 국수보다 넙실하게 썰어 손국수와 같이 조리한 후에 물기를 완전히 빼고 간장과 깨소금으로 간을 해서 제상祭床에 올린다. 안동 식혜는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방의 음식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이다. 안동 식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식혜와 다를 뿐 아니라,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안동에서는 일반 식혜를 감주라고 부른다. 안동 식혜는 무와 고춧가루, 생강즙을 넣어 엿기름물로 발효시킨다. 안동 식혜에는 살아 있는 유산균이 들어 있어서 먹은 음식의 소화를 돕고, 입안의 느끼한 기분을 가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안동 식혜는 고춧가루, 매콤한 맛을 내는 생강, 무를 넣어 발효시킨 겨울철 안동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안동식혜 외에 안동의 독특한 음식으로 배추전이 있다. 배추전은 제사, 길흉사에서부터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간식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안동은 공해가 적은 전형적인 농촌이어서 청정한 공기와 깨끗한 지하수를 확보할 수 있고,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어서 강수량이 비교적 적어 건조한 데다가 적절한 일교차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안동 한우는 특유의 탄력성을 지니며, 향기로운 맛으로 한우 가운데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동 한우로 조리한 음식으로는 불고기, 갈비찜, 육회, 산적, 국 등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 찜 조리법과 육회 만드는 법을 간략히 알아보자. 한우 갈비찜은 갈비를 5cm로 토막 내어 2cm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데서 조리를 시작한다. 핏물이 빠진 갈비를 건져서 끓는 물에 넣어 살짝 익을 정도로 삶아 내어 기름을 걷어낸다. 이렇게 한 다음 양념을 해서 다시 약한 불로 서서히 찜으로 조리한다. 전통 안동 육회는 배 대신 무를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에 쇠고기와 미나리를 넣어 버무리는데, 양념 전에 설탕을 약간 뿌려 육회의 색깔을 선명하게 낸다. 안동찜닭은 야채, 고기, 당면이 어우러져 매콤한 맛과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적은 비용으로도 여럿이 정감을 나누기에 충분해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된 음식이다. 두꺼운 냄비에 닭, 표고, 당근, 감자, 고추와 갖은양념을 넣고 10분 정도 센 불에 끓이다가 감자가 익으면, 여기에 밀가루에 섞은 양파, 대파, 양배추를 넣어 5분 정도 익힌다. 안동찜닭은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에 조리해야 닭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안동의 전통 음식으로 안동소주를 비롯한 가양주를 들 수 있다. 가양주는 대체로 봉제사 접빈객에 쓰일 목적으로 종가에서 대대로 빚어 왔다. 옥연주, 노속주, 일엽편주, 적선소주, 고삼주, 금정주, 벽향주, 송화주가 대표적인 가양주이다. 안동소주는 쌀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을 다시 불을 이용하여 증류해서 얻은 맑은 술로서 고려 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술이다. 담백한 맛과 은은한 향이 뛰어난 안동소주는 전국 브랜드화한, 안동을 대표하는 술이다. 인간의 삶과 직접 관련을 맺은 것에는 의식주가 있다. 의식주 가운데서도 그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음식이다. 따라서 한 사회나 지역의 특징적인 문화를 살피려면 우선 음식 문화부터 살펴야 한다. 안동 권역의 낙동강 음식을 살펴봄으로써 안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글= 이동백 작가   사진= 강병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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