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문재인 정부가 그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주요 정책들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하나둘 모순들이 드러나는 가운데, 탈원전 정책도 추진 과정에서 각종 위법 요소들이 드러나면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주요 원인이 된 경제성 평가가 국가기관의 영향력 행사로 조작됐다는 결과 발표다. 이어 드러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직전 530여 건의 공문서를 불법 파기했다는 것과 파기된 공문서 가운데는 북한 원전건설 관련 자료가 17건이나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문 정부가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UN과 미국으로부터 각종 제재까지 받고 있는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제공하려 계획했다는 것은 모순을 넘어 국민에 대한 신뢰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검찰이 하나둘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감사원은 지난 1월11일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의 위법 사항에 대한 감사 착수를 선언했다. 정갑윤 전 의원이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이 현행 법체계를 무시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감사원이 역점을 두고 점검할 사항은 국가 에너지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시행령을 정하고 그에 준해 법률과 헌법을 제정할 수 없듯이,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이와 유사한 불합리하고 위법적인 요소가 발견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청와대와 여당의 우려를 의식,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닌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부정과 불법에 대해 감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탈원전 정책’탈원전 정책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정권 초기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이다.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한 달이 막 지난 2017년 6월19일, 1977년 완공 이후 40년간 가동돼 왔던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 참석해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뜻과 함께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방침’까지 언급했다.이는 곧 ‘핵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탈핵 정책이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이로부터 4개월 후인 2017년 10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력수급 안정성을 고려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한다는 내용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의결했으며, 두 달 후인 2017년 12월 산업부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월성1호기를 제외시켜 월성1호기 폐쇄가 처음으로 공식화 됐다.이날, 정부는 “내년(2018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결정한다”고 의결했다.하지만 실재 월성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시작된 것은 2018년 4월10일 이후부터다. 결국, 정부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미리 결정해 두고 경제성 평가에 착수한 것이란 분석이다.이에 삼덕회계법인의 평가 결과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3천억원이 넘는 높은 결과치를 보이자, 산업부가 3차례 ‘전력 판매단가와 원전 이용률’을 낮게 조정토록 압력을 가해 경제성이 낮은 원전으로 평가받게 했다.이는 곧 대통령의 뜻과 대선공약 실현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성 조작에 나섰다는 것이며, 결국 감사원이 이를 밝혀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 변화 추이 (즉시 중단 않고 계속 가동 시) ▷ 산업부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하향 추진 과정지난 2018년 4월2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언제 이뤄지냐”란 질문이 있고난 후인 다음날인 4월3일 백운규 산업부 전 산업부장관은 직원들이 올린 보고서를 보고 “너 죽을래”라며 “이걸 어떻게 보고하란 말이냐”며 부하 직원에게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보고서를 제출한 정모 과장은 "즉시 중단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원안위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기간인 2022년까지 월성1호기를 더 운영 후 폐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내용의 공문서를 작성했다가 주의를 받은 것이다.이후 보고서는 백 장관의 뜻에 따라 다시 작성됐고, 이로부터 일주일 후인 4월10일부터 산업부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착수했다. 산업부 모 공무원은 검찰 조사에서, 월성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란 내용의 거짓 의향서를 백운규 전 장관이 작성토록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한수원에 대한 월성1호기 폐쇄 압력 행사2018년 2월20일 산자부는 한수원에 공식 협조 문건 보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심의한 국무회의 의결사항(2017년 10월)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심의 결과(2017년 12월)를 근거로 해서 한수원은 사업자로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다.이에 한수원 부사장은 이 두가지를 근거로 산업부가 보낸 문건을 “월성1호기 중단”의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원자력안전위원회 제111회 회의록 기재 사항)또한, 2018년 5월24일 산업부가 작성한 문건에서는 ‘한수원 사장에게 요청할 사항’으로 “월성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필요가 있다”란 내용과 “BH(청와대의 약칭) 보고 사항이므로 즉시 가동 중단 필요”, “6.13 지방선거 직후 (월성1호기에 대한)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란 내용이 들어 있다.한수원 이사회(2018년 6월15일 개최)가 소집 공고되기 전, 이미 “월성1호기 조기 가동 중단이 결의되어야 할 것”이란 내용이 작성된 것이다. 이 문건 역시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 직전(2019년 12월1일) 파기한 문건 중의 하나다.▷ 1~2차 남북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진행된 북한 에너지 지원 사업2018년 4월27일 역사적인 1차 남북정상회담이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문 대통령은 북한 에너지 지원 방안을 담은 USB를 전달하게 된다. 당시 청와대의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신경제구상 책자와 프리젠테이션(PT) 영상이 담긴 자료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건넸다”면서 “그 PT 영상 속에는 발전소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직접 밝힌바 있다.제1차 판문점 회담 사흘 후인 2018년 4월30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건이 갖춰지길 기다려야 되는 것도 있다. 10·4 정상선언 이행과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공동조사연구사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이 발언이 있자, 산업부는 이틀 후인 2018년 5월2일부터~5월15일까지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이러한 문건은 감사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을 밝히기 위해 산업부 감사 착수 전날 밤, 산업부 공무원들에 의해 파기된 530여 건의 문서 가운데 북한 원전건설 관련 문서가 17건 존재한 것이 드러나면서 알려졌다. 파기된 공문서는 감사원의 의뢰로 이내 복원이 이뤄지면서 관련된 사실들이 밝혀진 것이다.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삭제된 문건들은 △(18.5.14.) 에너지분야 남북경협전문가 현황, △(18.5.15.)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등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들의 작성 일자와 목적, 내용들을 명확히 정리해 두고 있다.이들 문서들 중에는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원전 건설 방안, 휴전선 지역에 원전 신규 건설”은 물론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되, 동해안지대에서 북한과 전력망을 연결하여 북한에 전력을 공급”, “신한울 3,4호기 종합설계와 제작하다가 중단된 원자로 등을 활용함으로서 5천억원 내외의 사업비 절감 가능” 등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신포는 북한 주요 (잠수함)해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SLBM(잠수함 탑재 미사일)을 실험했던 장소이며, 북한 핵잠수함 건조 예정지로 추정되는 곳이다.산업부 이외에도 가스공사와 동서발전 등 정부 부처와 공기업들이 앞 다투어 북한 에너지 지원과 관련된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대통령의 4월30일 발언의 영향일 것이란 분석이다.이러한 사실들이 밝혀지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021년 1월29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원전 게이트 수준을 넘어 충격적 이적행위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대북원전 건설정책을 비판했다.이에 대해 청와대는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며 북풍 공작과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며, “묵과할 수 없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무시한 전력수급기본계획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는 계획으로 ‘에너지 분야의 헌법’으로 불린다. 향후 20년 동안의 에너지 수요·공급 전망, 에너지 확보·공급 대책,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계획, 어떤 에너지 비중을 늘려갈지도 결정된다.에너지기본계획의 구속을 받는 하위 계획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 석유비축계획 등 10여 개에 이른다. 이중 전력기본수급계획(2년마다 수립)이 특히 중요한 계획으로 꼽히는데, 이는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정하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2017년 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에서 공식화됐다. 당시 계획엔 원전을 2018년 24기에서 2030년 18기로 줄이고(원전 비중을 11.7%로 축소)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에서 20%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그러나 이는 에너지 분야의 헌법인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4~2035)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2019년까지 효력이 미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발전설비 비중으로 볼 때) 원전 비중을 29%,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선으로 유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강원 삼척과 영덕에 각각 2기씩 원전 건설과 추가 4기 건설 등이 추진돼야 한다.결국,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과 동시에 탈원전 계획을 조기에 실행코자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변경을 시도했다. 그러나 차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변경 가능 연도가 2년 후인 2019년인 것으로 드러나자 부득이 편법을 동원, 2017년 12월께 상위 규정에 위배되는 “전력수급계획”을 먼저 변경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이후 2019년, 하위 규정인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변경, 국가 에너지정책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문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가동될 월성1호기는 2019년 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결의에 따라 조기폐쇄되고 말았다. 이어, 울진 신한울 3·4호기도 건설 중단돼 두산중공업과 수천억원 규모의 소송전이 예상됐으나, 지난 22일 한수원의 요구에 따라 2023년까지 건설 허가 기간 연장을 승인받아 일단 봉합이 된 상태다. 다만, 삼척과 영덕 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돼 정부로부터 받은 원전 유치 특별지원금 380억원의 반환과 관련, 정부와 영덕군이 법적분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시민 A씨는 “국토 개발이 중구난방(衆口難防) 되지 않으려 모든 행정법과 규정이 최고 규정인 국토개발계획 범위 내에서 수립돼 행정 편의는 물론 국민생활에 안정을 가져오는 것처럼, 에너지 수급 능력이 국력(國力)인 시대 국가에너지 관리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맞게 모든 정책들이 추진돼야 한다”며 지적하고 “현 정부는 이를 뒤집어 상위 법령에 거스러는 하위 법령을 제정 후 그에 맞게 상위법령을 짜 맞추는 우를 범했다. 이런 국가 에너지 정책은 있어서도 안 되며, 원천 무효이다”고 비판했다.시민 B씨는 “대통령의 대선공약·핵심 정책이라고 위법과 불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막대한 국고 손실’은 물론 ‘관련 기업 줄도산’, ‘국가미래 성장동력 상실’은 일개 정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조속한 시일 내 탈원전 정책 폐기와 세계 최고의 원전산업을 지원·육성해 미래 먹거리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감사원은 3월말 이전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불법과 부정 등 위법 사항’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 시민 사회는 물론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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