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이 있으나 벼슬하지 않는 사람", "학문을 닦는 사람", "학식이 있되 인격 역시 고결하고 근엄·강직한 사람"….
누구일까. 답은 조선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으뜸으로 친 `선비`다.
선비라고 하면 뭔가 고루하고,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미국에 청교도 정신과 프런티어 정신이, 일본에 무사도가 있다면 한국에는 `선비정신`이 있다고 말한다.
이 전 위원장은 신간 `선비평전`(글항아리 펴냄)에서 500년 역사의 조선을 떠받친 선비 정신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이 전 위원장은 도학을 연구하는 지식인으로서 인격이 고결해야 하고, 청렴결백, 근엄 강직해야 하며, 예의염치를 지켜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의로운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이 선비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선비 정신이 바로 서는 것이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의 관건이었다고 말한다.
조선 왕조가 500년이란 시간을 견뎌낸 것도 조선 사대부의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며, 외척의 세도정치로 선비정신이 무너지자 나라가 망국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이 전 위원장은 선비의 개념에서부터 왜 조선에 선비라는 계급이 등장했는지, 때로는 왕의 권력까지도 압도한 선비 지배 체제의 특징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전 위원장은 또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의 하나로 선비의 등용문인 과거제도를 꼽는다. 능력으로 관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던 과거제도로 생겨난 능력주의, 경쟁주의가 이른바 `한국인의 DNA`가 됐다는 것이다.
`퇴계집`으로 갈라선 조목과 유성룡, 이황을 꾸짖은 이준경, 목숨 걸고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오윤겸 등 선비들의 이야기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충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사육신` 이야기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본다. 단군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킨 사육신 이야기가 사실은 수양대군의 전제군주적 행보에 맞선 선비들의 권력투쟁 사건이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이 책은 약 2년간 일간지에 연재한 `이성무의 선비 이야기`를 묶어 새롭게 펴낸 것이다.
384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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