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동수 작가ㆍ사진=강병두 작가] 안동댐과 임하댐 하류의 낙동강에는 습지가 널리 분포한다. 이들 습지는 대부분 토사가 퇴적하여 생긴 하천 습지이다. 즉 1976년 안동댐이 생긴 후, 유량流量이 줄어들면서 점토, 마사토 등이 퇴적하여 생긴 습지인 것이다. 습지는 말 그대로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이다. 습지는 여러 생물의 서식처가 될 뿐만 아니라, 오염 물질 정화 기능까지 있어서 자연의 콩팥으로 불릴 만큼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습지를 이루는 요소는 습지에 흐르거나 고여 있는 물, 습지의 바닥을 이루는 흙, 그리고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습지를 이루는 축축한 흙을 습윤 토양이라 부르고, 식물을 수생식물(물풀)이라고 한다. 수생식물은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수변 지역의 침식을 억제하며, 어류와 조류에게 안전한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한다. 습지는 내륙 습지와 연안 습지로 나뉜다. 화산이나 습곡, 단층 등의 지형적인 원인으로 생성되는 호수, 늪, 하구 등이 대표적인 내륙 습지이다. 이에 반하여 삼각주 지역이나, 해안, 갯벌 등은 대표적인 연안 습지이다. 이 습지는 강에 의해 실려 온 토양 침전물이 유속이 느려짐에 따라 침전하여 생성된다. 안동 권역의 낙동강에 형성된 안동 습지는 물이 흐르는 하천과 범람원 상에 분포하는 하천 습지로, 내륙 습지이면서도 특이하다. 안동 습지는 3단계를 거쳐 생성되었다. 우선 강물에 토사가 섞여 흐르고, 유속이 느려지는 부분에 토사가 쌓인다. 이렇게 토사가 쌓인 곳에 풀이 자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도 자란다. 마지막으로 강물의 범람이나 비로 인하여 물웅덩이가 생겨 마침내 습지를 완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안동 습지들은 대표적인 검안 습지와 구담 습지를 비롯하여 마애 습지, 풍산 습지, 병산 습지 등 낙동강을 따라 길게 분포한다. 검암 습지는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와 고하리, 풍산읍 계평리 일대의 넓은 모래톱을 배경으로 생성된 습지이다. 북쪽에서 흘러온 낙동강과 동쪽에서 흘러온 미천이 검암 마을 앞에서 마주친다. 두 강이 만나는 남쪽으로 토사가 쌓여 넓은 습지를 만들었다. 이 습지를 뚫고 낙동강은 상락대 절벽에 부딪힌다. 그 바람에 강에 휩쓸려 내려온 토사가 상락대 맞은편에 쌓여 모래톱을 이루었다. 이렇게 모래톱이 두껍게 쌓이면서 습지의 식생이 들어서서 또 다른 습지를 이룬 것이다. 이 둘을 묶어 검암 습지라 하는데, 이 습지에는 노랑어리연꽃, 버드나무 등 다양한 식물군이 서식한다. 낙동강 습지의 천이遷移 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이 습지가 한때 훼손의 위기를 맞았지만, 지금은 원상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검암 습지를 배경으로 안동시에서 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 사업의 하나로 검암 습지 생태공원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와 검암리 일대 0.46㎢에 들어선 이 생태공원에는 생태학습관, 생태 탐방로, 야생 화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친환경적인 가족 단위 휴양과 자연 학습, 야영 활동 체험이 가능해 인근 하회마을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이 가능하다. 검암 습지는 단호리 마을을 좌안으로 껴안으며 단호교 밑을 지나 안동시 풍산읍 마애리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이르면 검암 습지에서 마애 습지로 그 이름이 바뀐다. 단호리와 마애리를 잇는 단호교 위에서 낙동강 상류 쪽을 바라보든, 하류 쪽을 바라보든 버드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자욱하게 들어선 마애 습지와 접하게 된다. 찢어진 습지 사이로는 길쭉하게 파인 웅덩이가 나 있고, 장마철이라 그 웅덩이에 고인 물은 흙탕물이다. 물이 맑다면 망천 절벽은 물 위에 뜰 것이고, 습지 어류들은 물속에 노닐 것이다. 그리고 소금쟁이들은 물 위에 뜬 망천 절벽의 그림자를 평평하게 밟고 유유자적할 것이다. 이곳 역시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직강 공사를 하면서 파헤쳐졌지만, 지금은 옛날과 다름없는 습지로 복원되었다. 마애를 지난 낙동강은 풍산들을 굽이돌면서 풍산들을 가로질러 북쪽에서 흘러들어온 신역천을 그 품에 받아들인다. 신역천을 받아들인 낙동강은 화산에 부딪히면서 다시 굽이친다. 그러는 사이에 그 수변에 습지 하나를 만들어 놓는다. 풍산 습지이다. 풍산 습지를 끼고,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화산 기슭을 따라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km 들어가면 병산서원이 나선다. 낙동강은 남쪽에 병산을 두고, 병산서원 앞에다는 긴 모래톱을 형성해 놓았다. 옛날에는 흰 모래톱으로 유명했던 것이 지금은 습지화가 이루어지면서 푸른 풀이 이 모래톱을 덮고 있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화산 기슭을 타고 나 있다. 유교문화길이다. 병산서원에서 출발한 이 길은 낙동강과 7백여m쯤 나란히 이어지는데, 강섶은 습지로 변해 있다. 습지에는 떡버들이 군락을 이르는 가운데 뽕나무, 미루나무, 시무나무 등이 그 틈에 끼어 자란다. 이들의 세력이 강하여 습지는 완전히 쑤[藪]를 이루어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길에서는 낙동강의 물을 가늠할 수 없다. 젖은 습지에는 멧돼지들이 뒤지고 간 흔적인 뚜렷하고, 고라니 같은 짐승의 발자국도 어지럽게 나 있다. 나무에는 덩굴 식물이 칭칭 감고 오르고 있다. 죽은 나무들도 서로 어지럽게 엉켰는데, 이름 모를 큰 버섯이 죽은 나무에 달려 있기도 하다. 습지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습지의 토양은 홍수 때 많은 물을 머금어 웬만한 폭우가 내려도 홍수나지 않게 하고, 지표면에서 흘러내리는 물인 표면 유출수를 효과적으로 흡수하여 토양의 침식을 방지한다. 습지는 대기 중으로 유입되는 탄소를 차단하여 그 양을 조절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허파라 할 만큼 자연을 정화한다. 그리고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검암에서 병산까지 내려오면서 습지를 살피는 과정에서 습지가 주는 이러한 선물을 확인하였다. 안동 권역 끝으로 다가서면서 낙동강은 큰 습지 하나를 지어 놓았다. 안동을 대표하는 구담 습지이다. 이 습지는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 구담교와 광덕교 사이 4km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구담 습지의 폭은 100~150m 정도이고, 수심은 50~80cm 정도로 그리 깊지 않다. 자연 상태의 습지라면 100여 년이 걸린다는데, 이 습지는 댐 건설로 유속이 떨어져 20년 만에 형성되었다. 안동댐 축조 후 수량이 줄어들면서 점토, 미사微砂 등이 점차 퇴적돼 그 위에 각종 동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 구담 습지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왕버들 군락인데, 10여 전에는 수령 20년 안팎의 왕버들이 습지에 꽉 들어차 있었다. 왕버들 아래 형성된 습지 웅덩이 부근에는 달뿌리풀, 강아지풀, 물억새, 갈대 등이 무성하다. 습지는 유속이 빠른 여울과 흐름이 느린 웅덩이가 혼재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 사이에 피라미와 기름종개, 납자루, 돌마자 등 희귀종이 많이 서식한다. 수변 식물, 어류와 더불어 습지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동물로는 황조롱이, 수달,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과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뱀, 들쥐 등이다. 구담 습지에는 이런 동물과 더불어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원앙, 비오리 등의 철새도 많이 서식한다. 이러한 구담 습지가 그 모습을 바꾼 것은 2011년에 4대강 유역 사업으로 구담 마을 앞에 구담보가 지어지면서부터였다. 구담 앞에서 낙동강을 가로질러 지은 구담보는 길이 423m, 높이 2m의 작은 보이다. 이 보를 짓는 과정에서 보가 들어서는 지점에서 상류 2백m쯤에 이르는 구간의 구담 습지가 뜯겨나갔다. 구담보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구간은 구담 습지의 옛 모습을 잃고 말았다. 나머지 부분도 준설되긴 해도 지금은 옛 모습을 대체로 회복한 상태이다. 구담 습지가 회복되면서 습지 식생도 복원되었다. 왕버들이 습지 안에 가득히 들어서고, 피라미, 돌마자, 납자루 등 작은 어류와 잉어 같은 큰 어류도 서식한다.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 오리류, 왜가리 등 조류,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등이 찾아들고 있다. 수달은 그 개체가 늘어 물고기들을 남획하고 있다. 광덕교에서 구담 습지를 바라보면 구담보가 지어지기 전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습지가 회복되었음을 실감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리 밑 수심이 전보다 깊어지고 여울이 약해진 점이다. 구담 습지는 옛날처럼 낙동강을 찢기도 하고, 섬을 이루기도 한다. 환경 운동가들은 구담 습지가 뜯겨 나갈 때, 습지가 주는 혜택과 환경 보전을 내세우며 구담 습지의 훼손을 결사반대했다. 반면에 구담 주민들은 그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안동댐이 건설되기 전의 은빛 반짝이던 모래펄을 회복하고, 습지로 말미암아 겪는 수해를 막아내자는 것이 주민들의 찬성의 이유였다. 양측 모두 논리성을 갖춘 주장이었다. 어쨌든 세월은 흘러 십 년이 지났다. 십 년이 지난 지금 구담보는 들어섰고, 구담 습지는 회복되었다. 안동 하류 지역에 생성된 많은 습지를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이들 습지를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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