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서민재기자]푸른포항21추진협의회 연규식 대표는 2016년 3월24일 포항시장으로부터 위촉받아 2020년 6월30일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후 지난달 신임 공동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 연규식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활동 공적을 들어본다.△정체성을 찾아2016년 위촉을 받아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를 접했을 당시, 단순히 환경실천단체로만 인식했다. 1987년 유엔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브란트란트보고서를 제출했다. 이것은 1992년 브라질 리우선언에서 `Agenda21` 수립을 권고했으며 1994년 제3차 지구환경회의에서 Local Agenda21을 채택하면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언급하게 됐다. 이 정신을 받아 각 국가에서는 의제21을 설립하게 됐으며 포항은 1997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1998년 3월24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후 포항의 의제21은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의제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여러 방향의 노력을 해왔으나 어느 순간 초창기의 정체성과 방향을 잃고 단순히 자생단체의 형태로 각 지역위원회별 환경정화활동과 행정의 인원동원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의제활동은 지방정부의 의제, 즉 그 지역의 문제를 찾아 조사하고 시민들이 논의해 정책반영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행정과의 거버넌스로 협력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분과별 조직을 지역리더들과 활동가들로 다양하게 구성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의제를 찾아내고 이행과제를 만들어 내고 실천에 관한 경과와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나가며 시정의 발전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십수년 방향을 잃어버린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를 맡아 연규식 대표는 광역과 전국과의 유대관계를 활성화 시키면서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데 고민했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겠으나 첫 번째로 단체명을 바로잡아가는 것이었다. 이미 경북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이 단체명을 통일 시켜나가고 있었다. 이후 2017년 포항시와 협의, 조례를 개정해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에서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개칭하게 됐다. 회원들과 지역민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하여 2년간 혼용의 기간을 주며 적응해 나가도록 했다. 경북의 어느 지역보다는 빠르게 적응해 나가며 회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나가기 위해 노력했다.△단점을 장점으로 전국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관계자들과 1년에 몇 번의 만남의 자리가 있다. 경북대회, 활동가대회, 영·호남·제주지속가능발전포럼, 대한민국지속가능발전대회, 전국총회, 여러 주제의 네트워크들, 타지역의 지속협과의 교류들을 접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포항의 조직에 관한 것이다. 특히 지역연합회에 관한 것이다.오랫동안 자생단체의 형태로 그리고 지역위원들 조차도 자생단체로만 알고 있고, 행정복지센터에도 자생단체의 분류 안에 들어가 있으며,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도 자생단체로 알고 있으니 정체성의 혼선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환경에서 출발했으나 단순히 자연정화나 꽃나무 심기에 그치는 활동이 의제21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는 없었다. 정치적으로 휩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지역의 리더그룹으로 형성돼 지역의제를 찾아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그 누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엔 산하의 작은 기구로서의 역할이 변질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포항처럼 지역위원회 조직은 없었으며 이해할 수 없는 형태라고 조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현재 포항의 상황에서는 지역위원회의 실천력과 위상은 상당했기에 단점으로 걱정을 할 것은 아니었다. 이에 연규식 대표는 27개지역위원회의 위원장회의에서 지역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관한 교육을 신청받고 신청이 오면 밤이든 낮이든 북구 끝 남구 끝이라도 찾아 교육에 힘썼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하고, 생겨나게 된 역사와 현재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개칭의 필요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해시켰다. 위원들은 조금씩 이해했고,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27개 지역위원회는 어떠한 의제사업이라도 실천을 끌어낼 수 있는 포항만의 장점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포항환경학교를 운영하다 지속가능발전은 환경에서 출발해 사회, 경제 등 사회의 모든 계층, 모든 분야에서의 의제를 찾아 목표를 세우고 이행과제를 찾아 실행해 나간다. 그렇다면 형식적 사업에서 벗어나 가장 핵심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고 연규식 대표는 마침 포항시에서 운영하는 포항환경학교의 운영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적극적으로 수탁하고자 했다. 운영과정 중 회원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어려움도 있었으나 그 이전의 운영보다는 눈에 띄게 변화를 꾀하도록 했다. 강사의 자질을 한층 올렸으며, 전문성을 강화했고, 강사의 역량강화에 크게 신경을 썼다. 또 프로그램의 다양화도 꾀했다. 해양을 끼고 산업화 된 포항으로서 여러 환경문제에 관한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당연하나 해양환경에 관한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그래서 해양환경오염에 관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도록 했다.학교 이용객의 다양화도 놓치지 않았다. 주 이용층이 초등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환경실천의 주 실천층은 모든 시민이기는 하나 주부 등 성인대상의 이용도 낮았다. 그리하여 찾아가는 환경학교의 연령층을 다양화 시켜나갔다.아울러 지역의 오피니언리더들의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포항시지속가능발전대학’을 운영했다.마지막으로 실무자들의 업무환경개선이었다.환경학교의 업무는 실무자들에게는 원거리 출퇴근과 토요근무 또는 외부캠페인 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가 수반되게 된다. 그리하여 교장직을 겸하면서 교장으로서의 임금을 전부 직원들의 임금상향으로 돌리며 업무환경개선에 노력했다. 포항환경학교는 운영상 포항시기후변화교육센터를 같이 운영하게 되는데 두 기관을 잘 연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2019년에는 대한민국 환경대전에서 우수프로그램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여러 타지역에서의 롤 모델로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경북녹색환경지원센터와 협력해 강사들이 더 다양한 지역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연구모임에 참여하도록 하고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교육센터와의 두 곳은 교육이 주 활동이기는 하나, 특히 포항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노력이 더욱 절실하며 인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적극적 활동의 필요를 느끼며 수도권지역과 취약계층위주로 실행하고 있던 쿨루프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특히 차열페인트는 우리지역에서 펼쳐나갈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다.실내외의 온도차를 4~5도 줄일 수 있는 이 사업은 에너지전환이 시대적으로 절대 필요하기에 과도한 전기에너지의 사용을 줄여나가고자 우리지역에 선도적으로 앞장선 사례다.△포항시지속가능발전대학을 열다 연규식 대표는 한 층 더 나아가 포항시의 오피니언리더들의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포항환경학교를 운영하면서 그 속에 포항시지속가능발전대학을 꿈꿨으며 실행해 나갔다.지역의 리더그룹을 중심으로 각계각층 다양한 구성원들로 총 12강으로 구성해 매주 목요일 저녁 150분 정도의 강의를 열었다.지속가능발전의 개론에서부터 포항에서의 필요의제에 따른 전문가들로 강사를 구성했다. 포항의 이러한 노력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도 적극 협력해줬으며 전 유엔 FAO베트남국가사무소장을 지낸 배종하 총장님은 멀리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찾아와 강의를 해주기도 했다. 또한 육상생태계보존을 위한 강의로는 백두대간수목원 김용하 원장이 마다않고 찾아줬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방면의 유명 전문 강사들이 강의를 맡아 줬고, 포항의 의제에서는 포항의 여러 유명인들이 성심을 다해 강의를 맡아줬으며 하나같이 수강생들의 열정에 놀라워했다.△환경중심여행을 가다 환경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은 실천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여겨 가족이 같이 실천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환경여행을 적극 지원했다. 일회용품이 사용되지 않는 여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락에서 현수막 한 장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추구했다. 나무젓가락, 일회용컵, 물티슈 한 장 조차의 사용도 자제하는 불편한 여행을 제안했다. 몇 해가 지난 후 참여한 학부모는 이제껏 다닌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생에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고 전해왔다. 아이들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확신이 생긴 여행이었다고 했다.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도 해마다 생태문화체험을 떠난다. 관광버스 3대의 약 120여 명의 회원들이 견학차원에서 해마다 진행된다. 여행은 먹거리가 필수이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 연규식 대표는 회원들에게 적극 제안했다. 실천을 돕기 위해 일회용컵 대신 접이식 스텐컵을 제공했고, 일회용 나무젓가락대신 조립식 스텐수저세트를 제공, 지참하도록 권장했다. 그 날의 실천은 120명이 음식물쓰레기배출량이 10리터도 되지 않았음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회자되고 있는 일화이다.이런 실천유도는 지속가능발전대학 선진지 견학에서도 이어졌다. 지속대학 견학에서도 개인컵 지참과 수저세트는 필수지참이었으며,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어떤 행사라도 개인컵을 지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나가도록 했다. 이러한 것들은 연규식 대표의 건강한 환경을 지키고 미래세대를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확고한 실천의지를 담고 있었다. △환경부장관상 수상 소소한 작은 것들에서부터 직원들과 강사들을 챙기고, 지역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평소 회원들과의 자리에서 하는 그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조직은 수직조직이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저는 대표로서 역할을 하며, 사무국은 사무국의 역할, 회원은 회원으로서의 역할, 학교는 학교로서의 역할로 서로 그 역할이 다른 수평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 주시니 이 조직에서 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해 나갈 뿐입니다.”2016년 3월 포항시장으로부터 위촉받아 2020년 6월30일까지의 대표직은 마감됐으나 많은 회원들이 그를 아쉬워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 즐거웠다고 한다.그는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을 새로 정립하게 된 사람이다. 떠난 자리 아무것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그에게 표시한 감사패와 환경부에서 보내온 환경부장관상이 아쉬움을 대신해 그를 떠나보낸 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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