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특히 나이가 많은 층에서는 바깥 외출을 삼가라는 것이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산을 방어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하여 외출을 삼가고 있다. 말이 삼가지 참 답답하다. 이건 완전히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봉사자들을 생각하면 그들에게만 맡기고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미안하고, 죄스럽고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들은 한국 국민들을 살리는 의병들이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같은 수많은 외침이 있을 때 국왕이나 관리들은 위험을 피해 모두 달아났다. 그러나 망하는 나라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민초들은 분연히 일어나 싸우다 죽어갔다. 자신의 안위는 물론 가족의 평강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나섰던 의병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들이 있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들의 땀과 피가 대대로 이어져 온 대가로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오늘 현장에서 사투하는 고마운 존재들, 그들도 사람인데 어찌 두려움과 주저함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대구 ᐧ 경북으로 달려 온 의사들과 간호사들, 방역 관계자들, 119 소방관들, 질병관리본부 ᐧ 대구 ᐧ 경북 공무원들, 어느 하나 귀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또 당국의 몰염치한 조치에 대해 한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감내하면서 따르는 대단한 국민들도 있다. 탤레비젼을 보다가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국군 간호장교 김해주 대위와 함께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간호사들 콧등과 이마에 일회용 밴드를 덕지덕지 붙인 진귀한 장면을 보았다. 왜 그런가 하여 지금 포항의료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답은 의외였다. 환자에게 다가가 진료할 때 착용하는 고글을 안면에 압착하지 않으면 김이 서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껏 밀착하여 세 시간 이상 진료하다 보면 구토증세 뿐 아니라 이마에 깊은 상처가 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견디기 위해서 반창고를 붙인다는 것이다. 의사들이나 간호사, 행정 요원들이 음압 병동에서 착용하는 방호복은 무게도 무게지만, 숨이 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범벅이 되어 세 시간 이상을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녹초가 된다는 것이다. 그 방호복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장에서 몇 번이나 재사용한다니 웃기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산더미 같이 나오는 의료폐기물 운반하는 수거 업체의 직원들은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새벽부터 수백Km를 하루에 수없이 왕복해야 한다. 이들이 이렇듯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여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의사들, 간호사들, 간호보조원들, 군에서 파견되어온 간호 장교들, 누가 이들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였는가? 근무 중 식사마저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런 여건에서도 그들은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장관이란 작자가 “의료진의 보호 장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참 웃기는 꼴이다. 이렇게 실정을 모르는 관리들이 사고를 친다. 이런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의사들은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갖고 있으니까, 큰일 난다하여 사전에 의사협회에서 긴급담화문을 발표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해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등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한 건의가 3번 다 묵살되었다. 박능후 장관이 의료인 출신이었다면 다가올 사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대통령에게 직을 걸고 강력히 건의하였을 것이고, 그랬다면 문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다”라는 헛소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은 이렇듯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중국에서 폐렴 환자가 속출하자 국경봉쇄를 완벽하게 하였다.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예방 국가로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는 그런 강력한 정책이 왜 없었을까? 중국에 무엇을 얻어먹을 것이 있다고 꼬리를 치고 있나. 천여 년을 나라 대접, 사람대접 못 받고 그들의 압제 속에 살아 온 역사가 한중관계다. 그럼에도 대중 관계를 늦게 하여 귀중한 생명 87명이 사망하였고, 8,316여 명이 확진자로 병원 신세를 지게 하였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이 기막힌 고비를 넘어가야 한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국민들이 있다. 어린이들이 마스크와 선물을 들고 병원을 찾아온다. 기초수급자 할머니가 노점상으로 벌어들인 금보다 더 중한 성금 100만 원을 희사하였다. 광주 시민들은 양성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대구시민들에게 제공하였다. 미국 ABC 기자는 대구시민들의 성숙함을 극찬하였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 더한 고난도 이겨온 민족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한 폐렴을 물리친 의료인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들이 함께 환하게 웃을 날이 머지않았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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