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달 9일에 마감하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 심사를 마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여야 대립국면을 해소하고 민생과 직결되는 예산안을 정상적으로 심사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만나 FTA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 양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국회 예결위원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오전 10시에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심사를 반드시 재개하려고 한다"며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비쟁점 분야 감액심사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감액ㆍ증액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는 지난 22일 한미 FTA 비준안 본회의 표결로 중단된 이후 8일째 심사를 못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9일까지는 예결위 차원의 예산심사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측은 예산심사 재개를 위한 명분을 달라고 하는데 그것은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도 예산심사 재개를 위해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예산 문제는 예결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여야 원내대표 간의 대화를 복원하는 전제조건이 황 원내대표의 사과였고 그것을 통해서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 FTA의 기습처리가 사전에 김 원내대표에게 암시됐다는 보도에 대해 사과한 만큼 여야 원내대표 만남의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와의 대화재개 여부에 대해 "이번 주 내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도) 오로지 한미FTA 무효화 투쟁에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 황 원내대표를 만날 생각도 만날 계획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예산안 심사의 선결요건으로 ISD 재협상 관련 한미 통상장관의 협정문을 제시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FTA 투쟁과 예산심사를 병행하자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어 조만간에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장외투쟁에 참여하는 것과 동시에 예산안 처리에 임하는 병행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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