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 와중에 세계 원유운송 물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20여개국이 지난 16일부터 12일 일정으로 오만·아덴만 인근 해역에서 기뢰제거 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맞불 훈련`을 실시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의 알리 파다비 해군 준장은 지난 24일 구체적인 일정과 형식을 설명하지 않은 채 "가까운 미래에" 호르무즈해협에서 대규모 해군 훈련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훈련에 대항하는 성격임이 명백해 보인다.
서방 측 훈련이 27일 끝나기 때문에 양측이 아라비아해 해상에서 동시에 `무력시위`를 하는 상황이 연출될지 불투명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설사 동시에 훈련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뤄지는 이란의 군군사훈련은 `여차하면 원유 수송로를 틀어막겠다`는 경고로 해석될 것이기에 중동의 긴장지수를 높일 전망이다.
더욱이 핵무기개발 차단을 위한 이스라엘의 연내 이란 공격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이란도 최근 예방적 선제공격(23일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공군사령관)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최근 잇달아 이뤄진 이란의 신무기 발표도 심상치 않다.
이란은 지난 21일 걸프 해역에서 대함 미사일 4발을 시험발사한 뒤 이 미사일로 전함과 같은 큰 목표물을 50초 안에 침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은 24일 7만5천피트 고도까지 날아 반경 50㎞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최신 방공시스템(라드·Ra`d)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더니 25일에는 얼마전 개발했다고 밝힌 전투·정찰용 무인기(드론) `샤헤드 129`의 성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항공사단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준장은 샤헤드 129가 종전 이란산 무인기 모델의 약 2배인 2천km를 비행할 수 있어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대부분 지역을 작전권 안에 둘 수 있다고 밝혔다.
서방은 이 모델이 지난해 12월 이란 동부지역에서 추락, 이란 당국에 수거된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 무인기(RQ-170 센티널) 기술을 응용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이 기존 시스템을 역추적해 설계기법을 파악해내는 `역설계`에 능한데다 이란 스스로 수거한 미국 드론을 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잇단 무력과시가 제재와 외교 병행 카드인 `플랜 A`와 군사공격 카드인 `플랜 B`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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