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저우에서 서쪽으로 70km 떨어진 송산은 중국 무술의 본가인 소림사로 인해 한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다. 중국인들에게는 도교의 5대 성산인 오악 중의 중악으로 숭배의 대상이다. 불교 신자들에게도 송산은 성지중의 성지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온’이래 불교의 틀을 완전히 바꿔버린 선불교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경전 속에 진리가 있는 게 아니고, 진리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不立文字, 以心傳心)’.
선불교의 세계관은 불교의 가르침을 새로 쓸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선불교가 동북아시아 불교의 가장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도 소림사의 위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거대하다. 72봉 하나하나 웅장하고 신비로운 세계가 숨겨져 있는 곳. 송산은 산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종교철학의 기념비인 셈이다.
정저우나 뤄양에서 당일치기로 송산을 방문한다면 소림사와 그 주변의 볼거리만 보기에도 벅차다. 특히 돌아가는 막차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하산 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넉넉한 관람을 원한다면 1박2일 정도의 일정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소림사= 소림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무협소설 마니아들의 영원한 고향이자 선불교와 중국 무술의 본산이다. 대략 500년 전에 송 산 자락의 자그마한 불교 사찰로 시작한 소림사는 527년 한 인도인의 방문으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갖게 되었다.
소림사가 권법의 명가로 이름을 드높이게 된 것은 수나라가 멸망하던 7세기인데, 당의 이세민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룬 일이 있고 나서부터이다. 후에 당태종이 된 그는 소림사의 승려들에 한해 육식과 음주를 허가할 정도의 특권을 부여하는데, 불경을 읽고 불살생의 계율을 실천해야 하는 승려들이 정치와 권력에 개입하게 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이들은 때로 왜구를 토벌하는 공을 세우기도 하였으나, 때로는 황실의 권력다툼에 용병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승려들은 무술 연마에 여념이 없는데, 성공하면 이연걸과 같이 액션 히어로가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스턴트맨이나 무술 학원을 차리게 되는데, 이는 참선을 위주로 하는 선불교의 기풍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탑림= 소림사 출신 고승들의 사리탑을 모아놓은 일종의 공동묘지이다. 탑들이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탑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때는 600개가 넘게 있었지만, 현재 남은 것은 이백여 개뿐이다. 사리탑의 높이가 각각 다른 이유는 고승의 몸에서 나온 사리 숫자에 따라 지어졌기 때문이다. 큰 탑일수록 사리가 많이 나왔다는 뜻이다. 조성된 시기에 따라 건축양식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몇 달씩 체류하면서 탑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중악묘= 송산의 산신을 모신 허난 성 최대의 도교사원이다. 중국 10대 도관 중 하나이며, 2,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기원전 3세기 진나라 때 세워졌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청나라때 중수한 것이다. 중악묘는 베이징의 고궁과 비슷해서 소고궁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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