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경주취연(醉硯)벼루박물관장 손원조 선생은 벼루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난 50여 년간 이를 수집해왔다. 지난 4월 25일 경주읍성 서편 인근(경주시 화랑로 107번길 10-9)에 신축 건물을 짓고 대한만국 유일의 벼루전문박물관인 ‘경주취연벼루박물관’을 개관했다. 최근 손 관장을 만났다. 벼루를 통해 다가올 새천년을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벼루에 대해벼루는 붓, 먹, 선지와 함께 하여 전통적으로 문방사우(文房四友)로 불린다. 벼로는 벼루의 옛말로, 훈민정음 해례본 (1446년) 용자례에서 언급되었다. 묵색(墨色)을 발하는 좋은 벼루는 예부터 문인 사이에서 애완(愛琓) 진중(珍重)되었다. 단계연(端溪硯-黃東省)ㆍ음주연ㆍ조하록석이 최상품으로 알려져 있다.벼루는 중국이 기원이며, 서예와 그림 그리기에 쓰인다. 잔존하는 벼루들은 고대 중국 초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 경제, 문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당나라 (618-905년) 시기에 벼루의 수요는 늘어갔으며 송나라 (960-1279년) 시기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벼루(硯)는 동양 전통문화에서 문자를 사용하기 위한 필사도구 중의 하나다. 고대의 문자 사용은 지배자들의 통치수단이면서 지식인들의 사상을 보급하는 주요도구였다.이후 사회가 발달하면서 일반 백성에게도 차츰 보급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불교와 도교 등의 종교가 퍼져나가면서 이의 전파를 위해 더욱 확산된다.또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문예(文藝)가 발달하는데, 문자가 예술화되면서 서예란 장르로 발전하고 전통적인 예술양식인 회화 역시 채색기술의 발달과 함께 크게 발전한다.이런 가운데 필사도구는 발전을 거듭하는데 붓과 먹, 벼루, 종이 등 4가지를 문방사우(文房四友)라 하여 중히 여기게 된다. 이중 벼루는 단단한 재질의 특성으로 오랜 세월을 버티고 아름다운 무늬와 정교한 세공으로 인해 완상(玩賞)의 대상으로도 사랑받아 왔다.▶경주취연(醉硯)벼루박물관에 대해우리나라 최초로 벼루박물관인 ‘경주취연(醉硯)벼루박물관’은 경주시민뿐 아니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취연(醉硯)벼루박물관에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벼루를 비롯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벼루 등 다양한 석질(石質)과 형태는 물론 미려(美麗)한 조각을 한 우리나라 벼루들이 모두 11개의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다.이들 진열장에는 삼국시대의 흙벼루(土硯)를 시작으로 고려시대 풍자벼루(風子硯)는 물론 조선시대의 오석벼루(烏石硯)과 자석벼루(紫石硯), 옥벼루(玉硯), 수정벼루(水晶硯), 나무벼루(木硯), 쇠벼루(鐵硯), 도자기벼루(陶硯) 등 100년 이전의 벼루 100여 점이 재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벼루명을 부착해 관람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벼루의 대가, 손원조 관장에 대해벼루박물관을 개관한 손원조 관장은 경주의 유명 인사다. 경주 출신인 손 관장은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벼루가 있는 곳이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 수집해왔다.손 관장은 수십 년간 지역 언론에 몸담아 왔으며 3년 전까지만 해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또한 제6대 경주문화원장을 역임했다.그는 50여 년 전 처음 취미로 선조들이 아끼던 벼루를 한두 점씩 수집하면서 모은 벼루가 10점이 되고 100점이 되면서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벼루돌에 새겨진 여러 가지 조각들에 매료(魅了)되어 벼루전문 수집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지난해까지 모두 1500여 점의 각종 벼루를 수집해 벼루전문박물관을 개관하게 되었다.벼루의 대가로 불리는 손 관장은 “6~7세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축문을 짓고 아버지가 지방을 쓸 때 마다 직접 먹을 갈아본 경험이 있어 벼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70년대 초부터 이를 수집하게 됐다. 지난 49년간의 세월 동안 투자한 많은 노력들이 너무 아까워서 결국 지난 4월, 우리나라 최초의 벼루전문박물관을 개관하게 됐다”고 벼루수집의 동기와 과정을 설명했다.벼루 수집가로 소문이 난 손 관장은 지난 2001년에 봄에는 경주보문단지의 세계문화엑스포공원 상설개장 당시 한 달 동안 한국벼루 특별전시회를 가져 인기를 모았으며, 2003년 8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본 행사 때도 일주일 동안 벼루특별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지난 2017년에는 경주국립박물관에서 2달간 ‘검은 구름 뿜어내는 검은 벼루 연’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해 전국에서 찾아온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주목을 끌었다. ▶경주취연벼루박물관 관람을 마치며경주취연벼루박물관에는 각종 벼루 이외에도 120년 된 종이를 비롯해 105년 된 먹과 70년 전부터의 각종 종이류는 물론 연적(硯滴)과 수십 점의 연갑·연상(硯匣·硯床), 필세(筆洗), 문진(文鎭), 붓통, 붓걸이, 고비 등 다양한 문방사우 관련 각종 문구류가 전시돼 우리 선조들의 빼어난 심미안(審美眼)과 선비정신을 돌아보게 한다.경주취연벼루박물관은 경주읍성 주변의 명물로 벼루전시장은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1층은 북카페로 관광객들과 지역민의 쉼터의 역할을 하며 문화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경주에 갈 일이 있으면 신라천년의 숨결과 함께 ‘취연벼루박물관’에 들러 벼루문화의 천년 향기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문의: 경주취연벼루박물관 손원조 관장 010-3508-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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