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원피스에 핑크빛 구두, 핑크빛 발그스레한 얼굴을 한 배우 강성연(36)이 노래를 부른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더 폴링 리브스 드립트 바이 더 윈도우(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과 샹송 `고엽(Autumn Leaves)`의 영어버전을 섞어서 재즈풍으로 편곡한 감미로운 노래가 강당에 울려퍼졌다. 2000년대 초반 `보보`라는 이름의 가수로도 활동하며 노래 실력을 과시했던 강성연은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이들 곡에 사랑을 가득 실어 노래했다. 그가 노래할 때 그 옆에서 피아노 연주를 한 사람은 바로 그의 남편인 재즈피아니스트 김가온(36). 남편은 아내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는 멋진 연주로 콘서트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지난 14일 오후 송파구청 대강당. EBSFM(104.5㎒)이 개최한 `북 콘서트` 녹화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결혼 9개월차인 신혼부부 강성연-김가온이 뿜어내는 달콤하고 화사한 기운에 전염된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사랑에 빠지다`를 주제로 펼쳐진 이날 콘서트에서 두 사람은 첫 공식 동반 무대를 가졌다. 방송은 28일 오전 11시. EBSFM `어른을 위한 동화`(월-금 오전 10시)와 `시 콘서트`(월-금 오전 11시)의 DJ인 강성연이 이날 진행자 겸 가수로 무대에 섰고 김가온이 아내가 진행하는 콘서트에 연주자로 오른 것이다. "요즘 저희를 보면 주위에서 다들 결혼하고 싶다고 하세요.(웃음) 그만큼 저희가 예뻐 보이나 봐요."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둘은 강성연이 지난해 7월 요리프로그램 촬영차 들렀던 재즈클럽에서 처음 만난 후 5개월 만인 지난 1월7일 결혼에 골인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연애와 결혼. 강성연은 1996년 MBC 공채 25기 탤런트로 데뷔해 드라마 `덕이` `소문난 여자` `그 여자 사람잡네` `아내가 돌아왔다`, 영화 `왕의 남자`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김가온은 서울대와 버클리 음대, 뉴욕대(NYU) 대학원을 거친 뒤 4년 전 한국에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해 현재 백석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아니스트와 여배우의 결합으로 관심을 끈 김가온-강성연 부부는 "왜 이렇게 늦게 만났을까,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 하며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제가 피아니스트랑 결혼할지는 상상도 못했죠. 배우도 예민하지만 클래식음악 하시는 분들은 저보다 더 예민하고 까칠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가온 씨를 만나보니 그게 아니에요. 너무나 낙천적이고 쿨해요. 또 따뜻하고요.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죠."(강성연) "주변에서 여배우와의 사랑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을 뛰어넘을 만큼 너무 좋아했습니다. 또 둘 다 나이가 있다 보니 결혼할 사람이 아니면 만나기 싫었어요. 성연 씨를 보면서 이 사람이라면 평생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난 지 얼마 안 돼 결혼을 약속했습니다."(김가온) 결혼 이후 강성연은 성격이 많이 변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한껏 유해지고 밝아지고 사랑스러워진 것이다. "제가 솔직히 좀 까칠했잖아요. 시니컬하고요.(웃음) 특히 가온 씨를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예민함의 끝을 달리고 있었을 때예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봐도 너무 달라졌어요. 연애하면서 건강한 에너지를 듬뿍 받았어요. 하늘에서 `너 그렇게 살아선 안 돼`라며 가온 씨를 제게 주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강성연) 강성연은 이날 콘서트에서도 시종 사랑스러운 기운을 뿜어냈고 얼굴 가득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낭독 시간에는 돼지, 개구리 등의 역할을 웬만한 성우 뺨치게 실감나게 해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스스로 여유가 없으면 그렇게 자연스럽고 풍성한 목소리 연기를 할 수 없을 터. "전 늘 틀에 맞춰진 생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연기를 해왔어요. 그런데 가온 씨는 그렇지 않은 거에요. 유들유들하게 뭔가 변화를 잘 줘요. 오늘도 원래 약속한 연주콘티가 있는데 현장에 오면서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수정했어요. 전 당황했지만 가온 씨가 바꾼 대로 하니까 또 그게 멋진 거에요. 참 신기해요.(웃음)"(강성연) "제가 일반 클래식 연주자가 아니고 재즈를 하는 사람이라서 저희 둘이 좀 더 잘 맞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재즈는 독주하는 게 아니고 항상 다른 연주자들과 수평적 관계에서 앙상블을 맞춰가야 하고 연주하면서도 수시로 변화를 가하니까 아무래도 일반 클래식 연주자보다는 많이 열려있는 셈이죠."(김가온) 결혼 후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 갖는 두 사람은 `닭살 커플`의 면모를 숨기지 않았다. "제가 참 운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순간순간 좋은 선택을 해오긴 했지만 강성연이라는 사람을 아내로 맞은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더 잘해주게 되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하게 됩니다. 또 성연 씨도 저한테 기대했던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감사해요."(김가온) "배우 생활 10여 년간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 정도로 엄마와 주변에서 다 돌봐주시는 삶을 살아온 까닭에 솔직히 결혼하고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물론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지만 밥하고 설거지하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난 강성연인데…` 하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서럽기도 했어요. 또 그동안은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남편 위주로 살게 되는 거에요. 하지만 가온 씨가 저한테 하는 것을 보면, 또 우리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매일매일 깨달을수록 결혼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강성연) 둘은 이날 콘서트 동반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많은 작업을 함께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김가온이 연주와 사진 작업을 하고, 강성연이 낭독과 시·에세이 작문을 한 태교낭송북이 나온다. "일과 사랑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작업이 곧 우리 인생 일부분이 된다는 게 정말 좋아요. 이게 바로 제가 꿈꿔왔던 삶인 것 같아요. 저희 둘의 예술적 감성이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많고 그것을 매일매일 발견하는 기쁨이 큽니다. 2세도 빨리 낳고 싶어요."(강성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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