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놀기자]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안동역에서’는 서글픈 노랫말과 더불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를 지닌 노래다. 중‧장년층은 물론 20대까지 사로잡은 이 노래는 포항 출신 작곡가 최강산(본명 최수원‧70) 선생의 작품이다.포항 항구동에서 태어나 중앙초, 포항중, 포항고를 졸업한 최강산 선생은 수십 년 간 연주와 함께 방송 음악을 편곡해왔다.“연주와 편곡 경험을 통해 노래하는 이들의 정서를 알게 됐고, 이 경험은 제가 작곡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최 선생의 작곡 기간은 짧으면 30분, 길면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만들어냈다고 무조건 ‘완성’이 되는 건 아니다. 만든 곡을 가수와 맞춰나가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전 가수의 목소리가 어떤 장르에 어울리는지, 어디까지 소화해낼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작곡합니다. 하지만 간혹 곡이 가수의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럼 최대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서 맞춰주곤 하죠.”이른바 ‘맞춤형 작곡가’인 그의 작업 방식에서 가수에 대한 섬세함과 배려가 돋보였다.최 선생은 대표곡 ‘안동역에서’(진성) 외에도 ‘아! 세월아’(홍실), ‘하얀미소’(성진우), ‘여기서’(서지오) 등 수많은 곡을 만들어왔다.현재는 포항 토박이답게 지역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신곡 ‘뷰티풀 포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안동역에서’, ‘경주아가씨’처럼 지역을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노래가 갖는 파급력은 굉장합니다. ‘안동역에서’처럼 포항을 알릴 수 있는 유명한 곡 하나만 생겨도 문화와 관광분야에서 포항의 위상이 달라질 겁니다. 그런 노래를 우리 지역 출신 가수들이 부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최 선생은 지역 노래의 필요성과 함께 시의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음반 하나가 나오기까지 드는 시간과 노력도 엄청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역시 만만치 않게 많이 듭니다. 만약 시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포항 노래 활성화로 나타날 모든 효과를 누릴 수 있겠죠. 하나의 시책이 된다면 더욱 좋고요.”나이 일흔에도 왕성한 작곡가로 활동하는 최 선생의 바람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 가요를 보존할 환경을 만들고 이어나가는 것이다.“계속 작곡가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최종 목표로는 전통가요 대학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공식 기관으로서의 학교로요.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를 통해 자리 잡고 글로벌화 되고 있지만 전통 가요는 환경이 열악해요. 어쩌면 퇴보될 수도 있어요.”덤덤한 말투와 달리 작곡가로서 그동안 봐왔던 가요계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묻어났다.“옆 나라 일본은 엔카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전통 가요를 이어가고 살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쉽진 않겠지만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노력해서 꼭 설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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