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류길호기자]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폭망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석권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에서도 민주당은 후보를 낸 11곳 모두 당선됐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이렇게까지 참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들은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에 대해 채찍을 들었다.한국당의 ‘폭망’ 원인은 공천부터 잘못됐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강석호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9일 면접을 실시하고, 15일 공천결과를 공식 발표했다공천발표와 더불어 특정인 내정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당원들의 공분을 샀다. 외연확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밀실공천이 희생과 헌신의 당원들을 버렸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보좌진들도 당의 공천 행태에 유감을 갖고 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정치적 동지도 아닌 사노(私奴)처럼 취급하며 공천때만 되면 보좌진 출신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뿐만아니다. 한국당은 여당과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이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 데 대한 반발이 컸다. 역사적인 한반도 평화무드 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냉전보수의 몽니를 부렸다. 홍준표 대표는 연이은 막말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분노를 샀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를 맛보고도 구태의연한 수구정당 행태에서 변화의 움직임조차 없었고, 국민의 따가운 시선조차 외면했다. 더구나 시·도지사 후보마저 흘러간 ‘올드보이’를 공천했으니 유권자들의 외면은 명약관화했다.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보수야당은 당의 존립의 위기를 자초했다. 홍 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면서 사퇴했지만,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친박 대 비박의 분열을 초래해 빈축을 샀다. 공천에 관여했던 사람들도 이제 반성과 더불어 국민에게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할 때다. 향후 최우선 과제는 보수야당의 재편이다. 지금 한국당 지지율은 11%, 바른미래당은 5% 안팎 정도다. 두 정당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민주당 5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주주의는 수레바퀴와 같다. 보수와 진보, 국정은 여당과 야당의 두 축이 균형을 잡아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지금은 한 축의 작동이 멈춘 상태다. 보수진영은 통렬한 반성과 각고의 노력으로 재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종북 이데올로기로 시민을 이분화 했던 극단적인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느껴야 한다. 보수야당은 각성해야 한다. 당원과 보좌진에 대한 존경과 동지애가 우선이다. 오직 국회의원 그들만의 정당이 아닌 당원의 희생과 헌신, 그 노력으로 명맥을 유지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준엄한 유권자의 심판을 정치권이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수구보수의 몰락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건강한 보수의 재건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진보와 보수 간 선의의 경쟁 속에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