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뭄은 참으로 농심(農心)을 불타게 한다. 그럼에도 포항시의회는 오는 7월 9일에 예정된 후반기 원구성에 온통 정신을 다 뺏기고 있어, 도대체 의원들의 진정한 일감이 무엇인가라는 데에 시민들이나 농민들에게 원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의회가 가뭄으로 갈라진 논이나 밭이 아닌, 농민들에게 물을 먹인다는 여론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전혀 여론에 귀를 막고 의회 상임위원장 자리나 의장 등의 자리다툼으로 날이 새고만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기보다는, 시민들이나 농민들이 보기에 같잖기만 하다. 의원들이 왜 이 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가에 일말의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의원들이 자리다툼 탓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일 전일까지 집행부 행정사무감사가 있다. 선거에 혼이 빠진 의원들이 집행부 행정사무감사를 잘하기는커녕 진행도 올바르게 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의원들에게 여론은 중대한 의미를 띄고 있다. 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게, 바로 여론 청취이다. 그 다음에 이 같은 여론을 어떻게 집행부에 반영하는 것이 바로 의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론 짚기를 잘해야 차기 의원 선거에 또 출마를 하여 당선을 거머쥘 수가 있다. 의원에 당선이 되어야만, 그 다음에 상임위원장이든 의장이든지 간에 차지할 수가 있다.
또 집행부 사무감사도 예년의 사례를 보면, 일부 의원의 경우에 하도 공부를 하지 않아 되레 집행부나 시민들의 웃음거리 정도의 수준에 멈추고만 있었다. 이것뿐이 아니다. 앞에서 이미 집행부에 물은 것을 또 다시 뒤따라가며 묻는 꼬리물기식의 행태도 보였다. 이번의 집행부 행정사무감사에는 이마저도 물 건너갔다고 해야겠다. 안 그래도 일부 의원들은 공부조차 하기 싫은 탓에 지역구 행사 등의 핑계를 대며, 의회 참석에 빠지기 일쑤인데, 이번 선거가 의원으로서의 본분 망각에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이제 본지가 보도한 의회 선거 출마한 면면을 보면, 운영위원장에 권광호, 이준영 의원이, 자치행정위원장에 김성조, 이동호, 강학중 의원이, 복지행정위원장에 임영숙, 최상원 의원이, 건설도시위원장에 정해종 의원이, 경제산업위원장에 안정화, 정석준, 한진욱, 이상범 의원이 각각 거론되고 있다.
의장후보에는 현 이상구 의장과 이철구 부의장, 조진, 문명호, 김상원 의원 등이, 부의장 후보에는 장복덕, 안병권, 박승훈 의원 등이 나서고 있다. 포항시의회 의원들은 총 32명이다 이 가운데에 이번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20명이다. 근 2/3에 가까운 의원들이 선거에 출마를 했으니, 사실상 포항시에는 의회 활동은 이 동안만은 정상적으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다.
상임위원장이든 의장이나 부의장이든 유권자는 불과 총 32명이다. 이 32명 중에 2/3 정도가 나서, 자리다툼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농민들이나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보겠는가를 의원 스스로가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짐작하건데 농민이나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의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린다고 할 것이다. 또 가뭄으로 농민들은 가슴이 불타고 있는데, 의원들은 자리다툼만 한답시고 잘들 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원들은 이제라도 늦지가 않다. 포항시 의원의 본 자세로 돌아가서, 집행부와 함께 속 타는 가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방자치의 최대의 장점은 그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의원들이 모든 것을 의회에 내놓고, 대책을 재빠르게 수립할 수가 있다. 포항시 의회가 왜 같은 사실을 그냥 두고서, 괜스레 시민이나 농민들부터 자리다툼 모습만 보이는가. 의원에 당선해야 상임위원장이든 의장이든 부의장이든 할 수가 있다. 농민들이 우선 이번 후반기 원구성으로, 가뭄에 나 몰라라 하는 의원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의원은 이제부터 자리다툼이라는 빈축성 말에 경청하여, 하루 속히 가뭄대책을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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