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인간이 근접할 수 없는 신(神)의 영역이었다. ‘이집트의 왕자’ 시나이 산에서도 그랬고, 여리고 성에서도 그랬다. 문명도시 폼페이도 단숨에 사라졌고, 화려한 황금도시 리스본도 단 몇 분만에 사라져 버렸다. 대지진으로 인류의 역사가 바뀌기도 했고, 나라가 무너지기도 한다.지난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했다. 지진발생 열흘이 지난 24일 기준으로 1,200여 명에 달하는 이재민과 3만여 곳이 넘는 건축물의 붕괴 및 파손 그리고 1천 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 계량적 측정은 어렵지만 심각한 트라우마로 시민들은 승용차 경적소리에도 깜짝 놀란다. 연속되는 여진과 액상화 현상은 시민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지반의 약화로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시민들 마음은 공황상태에 이를 정도다. 물리적으로도 구조물의 안정성이 우려된다. 이로 인해 대규모 공동주택의 건설이 어려워지고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주택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 시민들의 자산 가치는 반토막이 되는 것이다. 특히 대출로 집을 장만한 이들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또 지반의 불안정성으로 공장과 기업유치는 물론 정밀산업의 유치는 더 힘들게 된다. 포항을 찾던 관광객의 발은 끊기고 관광산업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음식업과 숙박업도 타격을 입는다. 아울러 지역내 유동성이 떨어져 골목 상권을 위축시킨다. 투자의 감소는 소득과 일자리를 감소시켜 이주민을 발생시킨다. 이런 식으로 전 분야가 연쇄적으로 작용해 지역 경기는 끝없이 하강하고 지방은 소멸하게 된다. 지금은 이재민의 구제와 건축물에 대한 복구가 시급하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 포항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포항이 쇠멸되는 것을 우려한다. 즉, 지진 재해로 점철된 도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포항 경제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아픈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지열발전소의 지진유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지진은 자연적 재해 즉, 천재지변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지진 즉,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천재(天災) 외에도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발지진의 대표적인 예가 핵폭실험이나 석유개발 또는 지열발전이다. Jtbc와 이진한 교수(고려대)를 통해 알려졌지만, 포항의 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했을 수 있고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련분야의 학자들을 만났다. 그들로부터 몇 가지 일치된 담론을 얻게 되었다. 첫째, 흥해 남송리는 활성단층 지역이라 지열발전소의 위치로는 적합지 않다는 점이다. 참고로 활성단층 지역은 지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지역을 말한다. 둘째, 시추공 굴착이나 수리자극 또는 물을 지하로 주입한 것이 규모 5.4의 강진을 일으킨 중대 원인은 아닐 수 있으나, 지열발전소의 수리자극이나 물 주입은 분명히 미소지진을 유발한다고 입을 모았다. 셋째, 포항 지열발전소 시험가동 단계에서 지하로 물을 주입한 다음날 어김없이 나타나는 미소지진의 반응을 확인한 바 있다. 지열발전은 지진의 유발요인이 된다고 증명된 것이다. 넷째, 땅 속 3-7Km라고 발표한 진원지는 지열발전소가 뚫은 관정 깊이 4.3Km와 일치하고, 진앙지는 지열발전소의 600미터 이내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은 지열발전소가 유발지진을 일으킨 요인이 되었다는 논리적 타당성을 갖게 한다. 이제 정부와 시당국에 요구한다. 앞으로 포항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포항지진의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순서와 방법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법률적으로 지열발전 운영을 전면 중단한 후 그 다음에 진상규명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법률적 조치에 의한 先중단 後규명이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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