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못 먹나?” 한 때 유행했던 떠먹는 아이스크림 CF광고 카피다. 검은색 썬 글라스를 낀 이상아 씨가 훈련 조교로 등장해서 “윗 뚜껑 딴다~ 실시!, 숟가락 꺼낸다!, 아이스크림 먹으면 껌은 입가심이다!” 어찌할지 모르는 병사들에게 “줘도 못 먹나~?” 라고 하면서 제품을 광고한다. 살다보면 좋은 기회가 왔음에도 그것을 취하지 못할 때가 있다. 더 아쉬운 것은 그 좋은 기회를 취하라고 일러 주고 또 갖다 바치는데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장 비근한 예가 지방자치다. 1995년 전 국민의 염원을 담고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했다. 4년마다 민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았다. 그 뒤 민선6기에 이르기까지 22년이 지난 지금은 힘이 넘치는 청년의 시기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 일까?우선,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 지방자치의 이념이 무엇인지를 단체장도 모르고 주민들도 잘 모른다. 따라서 이념에 대한 인식이 없는 시장은 주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이 입안하고 계획한 것을 최적의 해로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무작정 따라 줄 것을 요구한다. 사실은 지방자치제도 하에서 만큼은 시민이 요구하는 것이 곧 최적해인데 말이다. 한편, 주민들도 자신이 지방자치의 주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상급기관에 가서 해결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워낙 불통이고 답답하니까 그럴 것이다. 지방에는 나름 자정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존재한다. 적어도 법률적으로 지방의회는 그런 기능과 역할을 하라고 만든 것이다. 또 사회 비판적 기능을 담당하는 언론이 있고, 행동하는 시민단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턱없이 부족하다.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는 반대로 그들과 손을 잡고 함께 외유를 다닌다. 건전한 비판기능을 담당해야 할 언론은 정치인의 동정이나 시청에서 만들어 놓은 보도자료를 기사화하기 바쁘다. 양심으로 행동해야할 시민단체는 오히려 지역기업들과 유착되어 족쇄가 채워져 있다.둘째, 자치분권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부해 버린다. 민선 단체장들은 주민들에게 거짓 신세타령만 한다. 예산도 없고 조직도 없는 지방에서 특히 중앙정부의 도움이 없이는 지역발전이 어렵다고 한다. 그 모두가 단체장에게 귀결되는 책임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지역의 발전은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예산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 스스로가 기업을 유치하고 노력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단체장이 앞서 끌고 경제주체인 기업인과 시민들이 받쳐 주면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지역발전이다. 지역발전 전략은 지역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첩경이듯 지역경제도 마찬가지다. 즉, 청진기를 대고 혈압을 재고 피를 뽑고 환자를 정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분석을 위해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수권능력을 갖춘 시민들은 시장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지역의 주민소득이 얼만지 또 그 소득이 인근 지역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왜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치분권에 대한 소신이 없다. 소신은 다양한 지역발전의 논리나 지식을 근거로 형성되어 진다. 누구보다 민선 단체장이 자치발전에 대한 소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도 주민참여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치적을 듣고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치분권 이념과 이론교육을 수행할 분권대학도 필요하다. 수권능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분권, 지방에서 주민으로의 분권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결정권한을 주민에게 나누는 분권, 자치분권시대에 지역발전을 논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다. 민선 단체장과 공직자 그리고 자치시민이 수권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그 어떠한 자치분권에 대한 논의도 무의미하다. 시대도 바뀌고 사람도 바뀐다. 자치분권시대에 지역을 새롭게 만드는 ‘지역창생’ 역시 수권능력을 전제로 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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