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도록 도와준다는 뜻으로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준말인 조장이 있다. 조장은 나쁜 일을 부추긴다는 뜻을 지닌 선동(煽動)처럼 그다지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다.김원중 교수의 『고사성어 역사문화사전』에 조장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맹자』「공손추 상」편에 나오는 말이다.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데 급하게 서두르거나 억지로 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옛날에 한 농부가 볏모를 심었으나 겉으로 보기에 잘 자라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어떻게 해서든 볏모가 빨리 자라게 해서 수확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물론 볏모는 눈에 띄지 않게 자라고 있었으나 농부의 마음이 다급했던 것이다.어느 날 농부는 논으로 달려가 볏모를 조금씩 위로 뽑아올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말했다.“볏모가 자라도록 도와 피곤하다.”이 말을 듣고 가족들은 모두 궁금해했다. 이튿날 그 아들이 논에 가 보니 벼가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농부의 조바심과 무지가 합한 어이없는 행동은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선 태교(胎敎)를 예로 들까 한다.조기교육 열풍, 뜨겁고 불쾌하기만 한 이 바람은 엄마의 자궁에서 편안히 노닐어야 할 태아에게도 불고 있다. 이른바 학습태교. 어느 회사의 누리집에는 영어 태교, 수학 태교, 한자 태교를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열심히 따라 하는 엄마도 있다.2015년 8월 7일 한국일보를 따르면 “수학태교에 나선 예비엄마들은 흔히 중학생용 수학문제집을 풀거나, 다른 예비엄마들과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수학 열공을 한다. 두 자리 수 곱셈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인도식 ‘19단’을 통째로 암기하는 예비엄마도 적지 않다”고 한다.참으로 눈물 없이는 못 볼 사연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태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엄마와 태아는 탯줄로 이어져 있다. 신경이 없다. 없는 신경을 통해 엄마의 지식이 이동할 리 없다. 따라서 엄마가 아무리 태아를 위해 애써서 공부한들 소용없다. 오히려 해가 된다. 탯줄에는 혈관이 있다. 이 혈관을 통해 엄마에서 태아로 영양분이 이동한다. 엄마의 스트레스는 혈액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된다.좋자고 한 일인데, 낭패가 이만저만 아니다. 벼가 더디 자라는 듯 보여 쑥 당겨 버린 농부와 불안과 초조함으로 똘똘 뭉쳐 수학 문제집 껴안고 지내는 엄마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태교의 본질은 자궁 내 환경을 온전히 유지해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지식? 몸이 되어야 습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