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 감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도 예년처럼 시작은 요란스럽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0월 23일 대구교육청에서 있었던 대구,경북,강원교육청에 대한 국정 감사 현장의 조그마한 일화가 sns상에서 흥미를 끌었다. 국정감사 시작 전에 대구의 우동기교육감과 경북의 이영우교육감이 입장할 때 각 교육청 간부들이 일제히 일어섰다가 교육감이 자리에 앉은 후에 앉았는데, 강원의 민병희교육감이 입장할 때는 강원교육청 간부들이 그냥 앉은 채로 교육감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사소한 일로 볼 수도 있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이를 통해서 강원과 대조되는 대구,경북 교육청 내부의 조직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교육감은 지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이 중대하다. 그러니 그것에 맞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권위를 가지는 것과 권위주의에 의한 형식적 우월을 보이는 것은 차이가 있다. 권위주의 문화가 팽배한 곳에서는 민주적 의사소통을 통한 집단 지성이 발휘될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서는 늘 윗사람의 의중과 심기를 살펴야 하기에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펼칠 수 없으며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진다. 지역 초중등교육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교육청 내부의 이런 권위주의 문화는 학교 현장에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 교무회의가 각 부장들의 업무 보고와 전달, 학교장의 지시 전달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서 학교장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려면 정말 독립 운동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야 한다. 실제 어떤 교사는 전날 저녁에 미리 연습까지 해서 다음 날 아침에 우황청심환까지 먹고서 발언했다는 이도 있다. 이런 교사들을 벌떡 일어나서 발언한다고 ‘벌떡교사’라는 이름을 붙여서 좀 별난 교사처럼 취급하는 것이 학교 현장의 실태다. 필자도 36여년의 교사 생활에서 학교장과 다른 의견을 말한다는 것이 교사 초년 때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중견교사가 되어서도 늘 비장의 각오가 필요하였다. 학교 현장은 그만큼 교사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교무회의가 이런 모습이고 교사들이 이런 문화에 익숙할진대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교육기관의 이런 문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권위주의만 있지 교육 자체의 권위는 가지기가 힘들다.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의사소통하여 결정한 정책은 그 실행에 힘을 가진다. 즉 권위를 가진다. 구성원 모두가 주체의식을 가지고 능동적 태도로 임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권위주의에 의한 지시와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정책들은 구성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서 그저 실행하는 시늉만 내서 실질적인 권위를 가지기가 어렵다. 다른 시도에서 교실 개혁의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는 혁신학교의 성공 여부는 이 권위주의의 청산에 달려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사회 곳곳에는 권위주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 개인에게 내면화되어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비판적 성찰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완전한 민주사회로 가는 길이기도 하고 교육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현대 사회는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수평적 인간관계로 급속히 변화해 가고 있다.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사람과의 관계를 ‘리좀’이라는 뿌리줄기 개념을 제시하면서 현대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수평적 인간관계를 엮어 나가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그리고 이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했다. 하나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촛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이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기도 하고 청와대 비서관들과도 편안하게 소통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매우 유쾌해 하고 있다. 교육계에도 하루 빨리 권위주의가 청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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