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사가 점심시간을 앞 둔 4교시 수업에서 뒷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호불호가 달라진다. 4교시 마침 종이 쳤는데도 수업을 계속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절대 비호감이다. 종치기 직전에 수업을 마치고 종소리와 함께 식당으로 뛰어갈 수 있게 해주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인기다. 아이들은 학교에 꼭 점심 먹기 위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점심 식사는 학교생활 최고의 즐거움이다. 수업 시간에 축 늘어져 있던 녀석들도 점심시간이 되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온 몸에 활력이 생긴다. 수업 시간에 곧장 조는 이들이 많은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4교시에는 조는 이가 적다. 수업 시간표는 제대로 기억 못해도 한 주의 점심 메뉴가 무엇인지는 줄줄 꿴다. 인기 있는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오전 화제의 으뜸은 점심 메뉴다. 교사에게 기쁘고 행복한 얼굴로 ‘선생님 오늘 메뉴가 뭔지 아세요?’ 하고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 이제 학교급식은 단순한 식사 한 끼가 아니라 교육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교교육에서 급식의 중요성은 무상급식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던졌고 무상급식이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의무교육인 초,중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강원도 민병희교육감은 2018년도부터 강원도 전역에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전국적 추세와는 달리 현재 경북의 무상 급식 현황은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경북은 아직도 초등학교에서조차 전면 무상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북의 23개 시,군 가운데 9개 시 지역에서는 초등학교가 여전히 부분적인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 같은 경북임에도 불구하고 기초 단체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경주시는 초등학교 전체가 무상급식임에 반해 포항은 동지역 학생 수 100명 이상 학교는 5학년부터 무상급식에 제외되어 있고, 영주,문경,경산 지역은 동지역 100명 이상인 학교는 1학년부터 무상급식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그 동안 경상북도교육청 이영우 교육감이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의미를 나몰라라하고 방치한 상태에서 기초 단체 별로 무상 급식 지원 예산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전체 학생 수 대비 급식 지원 학생 수 비율에서 경북은 전국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 8월 기준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 무상급식 비율이 70.5%인데 비해 경북은 학생 수 대비 무상급식율이 54.0%에 불과하다. 교육청과 지자체의 급식 예산 지원에서도 경북은 전국의 최하위이다. 2015년 세출 예산을 분석해 본 결과 교육청 전체 예산에서 급식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이 4.9%인데 비해 경북교육청은 2.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6.8%의 1/3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아울러 광역자치단체의 무상급식 세출 비율 또한 전국 최하위다. 경상북도 예산에서 무상급식 세출 비율이 0.1%인데 비해 광주 2.1% 서울 1.7%, 강원,전남 0.8%에 이른다. 이로 인해 학교급식비의 학부모 부담률은 경북이 가장 높다. 전국평균이 28%인데 비해 경북은 무려 48%에 달한다. 이는 학교 급식비용의 절반가까이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경상북도교육청과 경상북도의 무상급식에 대한 무관심은 실제 시의 동지역 100명 이상 학교에 취학하고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이 급식비가 가계에 부담이 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초등학생 2명이 취학할 경우 연간 100만원 이상의 급식비가 부과되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자녀가 한 명 더 있을 경우에는 거의 200만원 가까운 급식비가 부과된다. 이런 급식비의 부담이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경북교육청은 여전히 선별적 복지의 관점을 가지고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급식비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별 무상급식 방식에서 무상과 유상급식의 경계가 행정적 편의에 의해 시와 군, 읍면 지역과 동지역, 학교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나눔에 따라 선별적 복지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고 있다. 도시 인접 읍지역의 중산층 아파트 지역 학부모들은 무상 급식이 되고 동 지역 서민아파트 지역에는 유상급식이 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 지역에서는 최근 인근 읍면 지역으로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그곳은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고 동지역인 도심 지역은 오히려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경상북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부분무상급식은 오히려 역차별적인 복지 형태를 띠면서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학교급식을 총괄하고 있는 경상북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이 가진 교육적 의미는 차지하고서라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런 모순되고 불평등한 구조를 외면하고 그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영우 경상북도교육감은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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