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가장 경제적이고 깨끗한 전기라고 한수원은 늘 말하고 있다.
뿐더러 가장 안전하다고도 한다. 이를 일단 우리들은 믿는다. 원전에는 원전에 대한 한국 최고의 두뇌가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이런 최고가 모인 원전을 국민들은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왠지 이런 국민적인 믿음에 금이 가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는 원전이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게 아니고, 되레 국민들이 원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하여튼 한국 최고의 원전 두뇌가 다 어디로 가고 없다는 말인가.
지난 14일 오전 8시 36분께 고리 원전 3호기가 갑자기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13일 오후 8시 5분께 울진 원전 1호기가 터빈을 돌리는 복수기(열교환기) 이상으로 가동이 또 중단되었다. 가동 중단 이유에 대한 원전 측의 말을 들으면, 원전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를 식혀주는 복수기의 점검과정에서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아 원전이 중단되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정밀 조사 중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동 중단이 작업자의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현재 정밀 조사는 또 무엇인가. 원인을 이미 밝혀낸 다음에 위와 같이 해명을 하지 않았는가. 무엇인가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할 사유라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되는 대목이다. 대국민들을 상대로 말을 할 때는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제대로 말해야 한다. 정밀 조사도 거치지 않고 댓바람에 작업자의 실수로 몰고 가는 것은, 그 작업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의도가 아닌가. 이게 바로 의혹만 부풀리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작업자 실수에 이어 원전당국은 방사능 유출 등과 같은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묻는다. 유출은 되었으나, 기준치 이하라서 안심해도 좋다는 말인가. 아니면, 유출이 전혀 없는가. 기준치 이하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무감각할 지경이다. 기준치 이하라는 말에 또 궁금한 게 있다. 기준치 이하라면, 일상생활에서 기준치만 이하만 쪼이면, 평생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절대로 없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원전 최고의 두뇌와 의료계가 답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원전이 21기이다. 이 중에서 울진 4호기, 5호기, 월성 4호기 등 모두 5기가 원전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전체적인 비율로 볼 때에 근 25%가 원전 이상 상태이다. 이래놓고도 국민들에게는 전기 절약만 부르짖으면 되는가. 원전의 호소에 국민들은 현재 전폭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토록 많은 원전이 그 어떤 이유에서든 가동이 중단되었으니, 절약만 외치는 게 아닌가.
또 절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기 요금만 인상하려는 속셈이 없는가도 묻는다.
울진 4호기의 경우 고치는 데에 약 3주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원전상태를 보니 재가동 시기를 오는 2012년 4월 이후에라야 가동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원전 실력을 어떻게 믿으라는 말인가. 이는 일종의 말 바꾸기의 놀음이라고 질책해도 어떻게 해명을 할 터인가. 국민은 지금 전기 절약할 준비를 다 하고 있다. 이 판에 왔다 갔다 하는 식의 원전 전문가들의 말에 더 이상이 있다고 본다. 아무나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면, 말 바꾸기만 잘하면, 원전 최고의 두뇌가 될 정도이다.
하여튼 원전이 이같이 국민적인 신뢰를 상실한 판에 전력 당국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원전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 진화에만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짙은 인상만 던져주고 있다.
현재 우리의 모든 원전이 절대로 안전한가. 그리고 절대로 안전하며, 예비율이 한 자릿수 이하인 8.9%로 떨어져도 비상 상황이 아닌가를 국민이 믿을 수가 있도록 원전은 말해야 한다. 국민적인 협조 없이는 될 일도 되지 않는 법이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