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은 가정의 달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과 응와 이원조의 가족이야기 ‘대대로 글 읽는 씨앗이 되어라’ 전시를 개최한다.지난 16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청백리이자, 학자 집안인 응와 이원조(1792~1871) 가문의 유물과 가정교육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원조는 1809년 18세의 나이로 문과에 급제해 강릉부사, 제주목사, 공조판서 등 내외직을 역임하고 1865년 기로소에 들어가기까지 19세기의 혼란한 상황에서도 지조를 지키고 학문에 힘쓴 대표적인 선비이다. 이원조의 아들과 조카, 손자들은 이원조의 삶을 본받아 학문에 힘썼는데, 조카인 이진상은 당시 영남의 대표적인 학자로서 명성을 떨쳤으며, 종손자 이승희는 독립운동에 몸을 바쳐 후에 독립유공자로 포상됐다.응와가문이 이러한 큰 족적을 남긴 것은 이원조의 증조부인 이석문이 `부끄러움이 없는 마음`을 좌우명으로 삼고, 할아버지인 이민겸이 `대대로 글 읽는 씨앗`을 잘 보존하라고 가훈을 남겼던 것에 비롯한다. 이러한 가훈을 이어받은 이원조는 학문에 힘써 `성경性經`을 집필하는 등 성리학의 큰 성과를 남기는 동시에 제주지방의 각종 금석문을 탁본, 정리한 `탐라제각첩`을 비롯해 현실생활에 참고할 만한 귀중한 저술을 남기기도 했다.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응와 이원조 가문의 선비정신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이 전시된다. 이원조의 증조부 이석문은 영조대 선전관으로 있을 때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자리에서 처형의 집행을 거부한 바 있다. 또 파직된 이후 집의 대문을 북쪽으로 옮겨 달고, 이름을 북비北扉라고 칭한 일화가 알려져 사도세자의 충신으로 기록되었다. 이원조의 아버지 이규진이 과거에 급제하였을 때에는 정조가 이규진을 불러 특별한 정성을 표했으며, 영의정 채제공에게는 "북쪽 대문이 아직도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석문이 남긴 좌우명인 ‘부끄러움이 없는 마음’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행실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후손들에게 전해졌다. 또한 조부 이민겸은 아들과 손자들에게 항상 독서에 힘쓸 것을 강조했고, 부친인 이규진은 “벼슬 구하는 법을 배워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차라리 밭을 다스리고 농사짓는 것에 힘써 스스로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민겸의 가훈인 `독서종자` 현판과 이규진의 `농서` 현판은 이 가문의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이번 전시의 핵심을 이룬다. 이원조 역시 선조의 뜻을 이어 평생 청빈한 선비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조정에서 60년의 관직생활을 거치면서도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고 기로소에 들어가는 영예를 누렸다. 이러한 그의 삶의 자세는 호에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그의 호‘응와’에는 항상 마음을 다스리고 덕을 기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원조가 기로소에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그린 영정도 함께 전시된다. 한 가문에 전해내려 오는 선비정신을 이처럼 유물로 만나 볼 수 있는 전시는 오늘날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경상매일신문=박동수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