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조영수소나기에 찢긴 햇살까지행주질해 놓으시던어머니 장독대 곁을아직도 떠나지 못한 백목련저승에도 봄 날씨는 질척이는지어머니 이승처럼말라 비틀린 가지마다흙투성이 옥양목 홑버선을하얗게 빨아 널었네. 시의 산책로꽃들이 하나씩 피고 있는 완연한 봄이다. 삭막한 겨울을 막 지나온 탓에, 사람들은 봄에 핀 꽃들을 보며 봄을 ‘꽃의 계절’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겨우내 초목이 메말라 있던 터라 봄에 많은 꽃들이 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많은 꽃이 피는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그러기에 봄꽃은 앞 다투어 피지도 않고 단지 하나씩 느리게 필 뿐이다. 봄의 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련이다. 그 중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백목련인데 자목련과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일컫는다. 목련은 대개 봄이 무르익는 4월에 핀다. 나무에 핀 하얀 목련꽃은 우아하기까지 하다. 이를 두고 혹자는 ‘순결해 보인다.’ ‘귀족 같다.’는 말로 저마다의 느낌을 드러내지만 꽃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할 뿐이다. 이 시 화자(話者)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저승을 언급한다. 화자의 어머니가 지상에 계시지 않음을 암시한 것이다.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있기에 이 시는 결국 사모곡(思母曲)이 된다. ‘어머니 장독대’를 ‘어머니 손길이 닿은 장독대’로, ‘어머니 이승’은 ‘어머니 생전의 그 이승’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어머니의 일생은 어땠을까? ‘어머니 이승처럼/ 말라 비틀린 가지마다’라는 표현을 미루어 어머니의 일생도 ‘말라 비틀린’ 고난이 따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네 뭇 어머니들이 다 그랬다. ‘…옥양목 홑버선을/ 하얗게 빨아 널었네.’라는 시행(詩行)은 목련꽃을 드러내지만 그 꽃은 결국 어머니로 귀결된다. 그리운 어머니는 목련꽃으로 아련하게 남기에 독자의 가슴은 기어이 질척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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