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아내와의 노동> 정성수늙어가는 아내와 나의 노동은 일당산 곰지기 계곡 나무집에 앉아추억 속으로 돌아가는 길조금씩 지우는 일폭죽처럼 날아오르는 아침 새떼를 향해 함께 손뼉 치는 일다시 저녁이 올 때까지상처받은 별들의 실밥조심조심 풀어주는 일.
시의 산책로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이를 수용하는 자세와 이를 거부하는 자세로 나눌 수 있다. 인생을 거부하는 자세는 곧 염세적, 부정적 인간을 만들어내기 십상이어서 한 인간은 자칫 외톨이나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이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긍정하는 사람들로서 자연과도 곧잘 친숙하게 지내게 된다. 다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모든 사물(事物)을 수용하여 긍정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話者)는 인생을 따뜻하게 수용하는 인간의 전형(典型)을 보여준다. 화자는 한평생 동고동락해온 늙은 아내와 살아가며 모든 자연현상마저 가감 없이 받아들인다. 부부애 위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노년의 삶이다. 이는 곧 이 시인의 달관적 태도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화자의 ‘일당산 곰지기 계곡 나무집’에서의 노동은 실제의 고된 노동이 아니다. 자연 속에 묻힌 채,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곱씹어보는 여유로움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아침에는 새떼를 향해 손뼉을 치고, 밤에는 별들을 바라보며 그 별들에 동화되는 모습이 한 폭 풍경화가 되어 있다. ‘상처받은 별들의 실밥/ 조심조심 풀어주는 일.’이란, 자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만 우러나온다는 믿음을 갖게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