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낭산 추정 고분지에서 통일신라시대 가릉(假陵, 왕이 죽기 임박해 사전에 능침을 만들어 두는 무덤)이 발견돼 통일신라시대의 왕릉 축조과정과 능원제도 및 신라왕경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경주시의 의뢰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재)성림문화재연구원(원장 박광열)은 경주시 구황동에 위치한 경주 낭산 일원(사적 제163호) 내 폐왕릉지로 추정되는 고분지 유적을 발굴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발굴조사단은 9일 오후 2시 조사현장에서 발굴조사 성과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출토 유물을 공개했다.이 고분지는 금제여래좌상(국보 제79호)과 금제여래입상(국보 제80호)이 발견된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7호)에서 남쪽으로 약 135m 지점의 논 경작지로써 이 일대는 오래전부터 홍수로 인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 신라 왕릉과 관련된 면석, 탱석 등 석재유물들이 지상에 노출돼 있었다.경주시는 유적의 훼손을 방지하고 폐왕릉지에 대한 향후 복원‧정비를 위해 이번에 발굴조사를 진행했다.발굴조사 결과 신라 왕릉 건립에 사용될 탱석, 면석, 지대석, 갑석, 미완성 석재 등 다량의 석재를 확인했다. 또한 석재 주변으로 8~9세기가 중심연대인 건물지와 담장, 회랑지, 도로(너비 16~17m)유구 등도 확인했다. 연화보상화문수막새와 귀면와를 비롯해 습부정정(習部井井), 습부정정(習府井井), 정원사(鄭元寺) 등 명문기와 등 300여 점의 중요 유물도 수습했다.발견된 갑석과 지대석, 면석과 탱석으로 추정한 왕릉의 직경은 약 22m로 경덕왕릉(765년)과 비슷한 규모이다.조사 결과 출토된 왕릉 관련 석재 다수가 미완성인 점, 후대 조성된 8~9세기 건물지 시설에 재활용됐던 점, 석실 내부를 만들기 위한 부재가 확인되지 않은 점, 탱석의 십이지신상이 잘려나간 점 등 여러 정황으로 판단할 때, 당시 왕을 위해 사전에 능침 조영을 준비하던 도중 어떠한 사유로 축조공사를 중단하고 왕릉을 설치하지 않았던 가릉(假陵) 석물로 추정된다.추정 왕릉 주인공은 발굴조사 결과와 십이지신상 형식으로 볼 때, 성덕왕의 둘째아들이자 경덕왕의 형인 효성왕(孝成王)으로 판단된다.조사된 건물지는 일반적으로 신라왕경에서 확인되는 주택이나, 사찰건축과는 차이가 있어 관청이나 특수한 건물의 용도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발굴조사단 관계자는 “이번에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가릉은 통일신라시대의 왕릉 축조과정과 능원제도 및 신라왕경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써 그 가치가 높다”고 언급했다. [경상매일신문=김경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