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噴水)> 정군수하늘을 향하여 치솟다너는 곤두박질쳐 제자리로 온다네 머리는 끄트머리에서끝내 부서져 내리는 환호를 위하여너는 다시 하늘을 오른다날개를 갖고 태어나는 물의 비상(飛翔)이가늠할 수 없는 물의 야망이신의 노여움을 산다 해도폭포는 알 수 없는 그 길을너는 오른다시지프스의 바윗돌이 굴러 떨어져도물의 의미를 거부하며네 삶의 끝에서 찬란하게 부서진다시의 산책로 분수는 물을 역류(逆流)한다. 분수야말로 물의 이단아(異端兒)인 것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름은 더 말할 나위 없는 자연법칙인데, 이 법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폭포이다. 폭포의 물은 그 높은 곳에서 왜 그리도 세차게 내려와야 할까. 물도 물질의 하나이므로 중력의 지배를 받아 높은 곳에선 더욱 단호히 낮은 데로 흐를 뿐이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분수는 보란 듯이 위로 솟구친다. 순리를 거부한 분수는 폭포와 대조를 이루는 대상으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분수에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다. 허공을 향해 물을 뿜어 올리는 장치를 만든 것도 인간이다. 이 시에서 화자(話者)는 분수의 물줄기에 인간의 야망과 반항을 담았다. 동시에 그 꿈의 좌절과 무위(無爲)도 드러낸다. 하늘로 솟구치는 물줄기가 허공의 한 지점에서 꺾인 채 다시 아래로 내려와 부서지는 ‘악순환’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물의 무위(無爲)보다는 공중으로 솟구치는 물의 비상(飛翔)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음을 본다. 우리의 눈물겨운 도전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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