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어둡고 긴 터널 속에 갇힌 지 오래다. 이 사건의 근본적인 실체는 대통령의 신임을 미끼로 민간인이 아무런 법적권한 없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다.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법적권한을 가진 공직자들이 동원되어야 가능하다. 말하자면 법적권한이 없는 민간인의 호가호위와 권한 있는 공직자들의 불법행위의 합작품이다.선진국 같으면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위세를 부려 불법을 강요할 사람도 없거니와 설사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담당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사회도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어떤 학술조사에 의하면 미국대통령이 자기 의사대로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가 겨우 7% 정도라고 한다. 대통령이라 해도 공익을 위한다고 기업에 기부금을 요구하면 안 된다.민간기업의 경영이나 인사에 간섭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지탄받고 있는 관련자들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뿐 아니라 유력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등의 주변에도 수없이 많다. 주어진 공직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거늘 약자에게 위세나 부리고 강자에게는 아부하는 이들이 청와대 주변만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 널려 있다.혼자서만 정직해도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권력자의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고 그 잘못이 눈 감아지고 있다. 민간 기업이나 단체도 측근들의 위세와 하청기업에 대한 갑질로 권한이 남용되고 있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우리의 사회적 규범이 취약한 탓이다. 불의가 사회규범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도록 엄해야 한다. 완장을 찼다고 권력을 남용하거나 권력자 옆에 있다고 위세를 부리는 그런 불의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더불어 되는 것은 반드시 되고 안 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설픈 최순실 같은 권력적 농단사태가 재발하지 않고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등도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최순실 사건은 어마어마한 정치 행위만으로 이루어진 사태가 아니다. 공직자들의 행정행위가 구체화시켰던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용기 있게 원칙을 지켜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반성해야 할 이유다. 더 성숙한 나라로 가기 위해 사회규범의 확립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공직자 윤리가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미국의 지방경찰이 연방법무장관을 구속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법무장관은 수년 전 대선과정에서 그 지방에서 선거유세를 하다가 교통신호를 위반한 적이 있었는데 잊어 버렸다가 범칙금 연체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그는 범칙금을 완납하고 구제되었다고 한다. 우리사회라면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법 집행은 공정해야 한다. 오히려 강자에게는 더 큰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공직자들은 법에 따라 일정한 권한을 가진다. 모든 권한에는 나름대로 재량의 범위가 있으며 권한의 범위가 커질수록 재량의 범위도 커진다.반면에 권한의 행사는 법률과 정책 등 원칙에 적합해야 하고 윤리와 도덕 등 사회규범에도 부합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한을 가지더라도 사회규범에 반하는 일은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이 사회적 통제라는 것이다.선진국일수록 사회규범도 엄격하다. 세계 대통령이라 일컫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많은 공약을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7% 수준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