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정광섭폭설로,폭설로,깊이깊이 높이높이 쌓인나의 시(詩) 하얀 궁전….한 마음 한 발자국도빠져나올 수 없었네그러나구조대는 한 번도 부르지 않았네꼭 순한 백성 같은 눈꽃들의변함없는 아우성 때문에세상도 고개 숙이며 아무 말 없었네시의 산책로 겨울이 한창이다. 첫눈이 내린 지는 이미 오래이고, 더러는 폭설로 지구촌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세상일이란 다 양면성(兩面性)이 있기에 내리는 눈을 두고도 받아들이는 마음은 가지가지다. 겨울만 되면 폭설로 고난을 겪는 이들이야 눈 얘기만 나와도 진저리가 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꼭 그렇지 같다. 눈 내리는 중에나 눈에 덮인 세상을 보면 으레 고향을 떠올리거나 유년의 기억에 다가서고, 혹자는 청춘시절 눈을 맞으며 데이트를 즐긴 추억에 잠길지도 모른다. 눈은 연중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 모처럼 내린 눈이야 말로 우리의 정서 안으로 쉬이 들어선다.시의 화자(話者)는 폭설이 내린 세상을 ‘하얀 궁전’으로 그려낼 만큼 눈에 천착한다. 아울러 눈 덮인 은세계(銀世界)조차 자신의 시(詩)로 은유하고 있다. 눈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시도 사랑하고 있음을 은은하게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꼭 순한 백성 같은 눈꽃들의/ 변함없는 아우성 때문에/ 세상도 고개 숙이며 아무 말 없었네’란 부분에는 은세계의 평화가 깃들어 있다. 눈 덮인 세상의 ‘하얀 평화’는 결국 독자의 평온함으로 귀결되기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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