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여성시위 행렬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화합과 평화의 장이었던 미국대통령 취임식이 이처럼 분열과 시위로 얼룩졌다.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지난 21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수십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反) 트럼프 여성행진 행사가 열렸다. 추운 날씨 속에 행사가 열린 내셔널 몰에는 50만 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많은 참석자들은 행사 상징인 핑크니트 모자를 썼다. 이날 행사에서 영화배우이자 사회활동가인 아메리카 페레라는 “우리의 존엄과 인격, 권리가 공격받고 있으며 증오와 분열의 집단이 어제 권력을 이양 받았다”며 “대통령도 그의 내각도 의회도 미국이 아니며 바로 우리가 미국이다”라고 주장했다.오후부터 시작된 시위행렬은 백악관 방향으로 수 킬로미터에 걸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인근 주요도로도 인파로 넘쳐났다.CNN과 NBC 방송 등은 거리행진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근래 워싱턴 DC에서 열린 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이렇게 트럼프에 반대하는 여성시위는 워싱턴 DC와 뉴욕, 시카고, 보스턴, 애틀랜타 등 미국 전역뿐 아니라 영국, 체코,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과 호주, 한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행사 주취측은 세계 여러 곳에서 열린 행사에 총 300만여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라는 평가다.그러나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대통령임에는 틀림이 없다. 후보 때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은 사라지고 거칠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그의 취임사는 이어졌다.도럴드 트럼프는 약탈이나 대학살 같은 말까지 동원한 취임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빠르고 분명하게 실천에 옮길 것을 선언했다. 타국에 대한 통상제재를 포함한 전방위 압박의 첫 머리에 한국이 위치하고 있음을 이미 트럼프 자신이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현재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무효화와 환율 조작국 지정이다. 두 가지 모두 현실이 되면 크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우리 쪽일 수밖에 없다.한중일 3국 비교에서도 우리는 유리할 것이 없다. 한 국제기구 출신 전문 인사는 미국행정부에는 한국보다는 일본이나 중국에 대해 더 우호적인 기류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중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고 환율을 떨어뜨리는 노력을 일부나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은 20년 이상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의 폭이 좀 더 크다고 전했다.환율조작국 지정만 해도 당장은 트럼프가 중국을 더 크게 비난하고 있지만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재무부 등 미국행정부 인사들은 우리 측 관계자들에게 미국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국정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또 수출을 늘이기 위해 원화가치 하락을 한국정부가 방조하고 있다는 등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 정통한 전직 경제 관료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욕심꾸러기로 통한다고 전했다.다른 나라들은 재정이 부족해 채권을 발행한다고 난리가 났는데 한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 보유고를 안고서도 경제가 어렵다며 엄살을 떤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트럼프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을 좀 더 유연성 있게 가져갈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시대의 통상압력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내어 놓고 무엇을 얻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점점 거세질 것이라는 각오 하에 우리의 현명한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