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장윤우 삶의 흔적으로 때 없이 북적대는 곳들고 나는 허기(虛飢)가못난 아구 생선가시처럼지저분한 가게골목그래도 가끔 아줌마들의 욕질이 반갑고허드레 옷자락으로 감았어도곰삭은 비옷냄새가 횟배를 진동하네갑자기 솟구치는 욕기(慾氣)로온종일 쏘다녀도 기분만 좋더라. 시의 산책로 짐을 한껏 실은 자전거가 인파와 노점들이 즐비한 좁은 통로를 헤쳐 나간다. 비릿한 생선 오물이 바닥에 흥건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우직스럽다. 적절한 값을 위해 한 판 흥정을 벌이는 알뜰한 서민들은 깍쟁이가 되기도 한다. 이곳에선 어느 것을 보더라도 그게 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 자리에 들어선 자들 모두가 그대로 인간 군상(群像)이기 때문이다. 결국 장터는 세상살이의 단면이거나 축소판이 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디지털 시대에, 이 초고속 시대에도 이곳에선 오직 아날로그 방식으로 느릿느릿 역류하고 있다. 시의 화자(話者)는 장터에 들어서서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 이곳에서 맡은 사람냄새가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그대로 적는다. 화자가 ‘갑자기 솟구치는 욕기(慾氣)로/ 온종일 쏘다녀도 기분만 좋더라.’고 노래한 것은, 고된 세상살이도 마음먹기에 따라선 신명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의 소박한 심성이 진솔하게 드러나고 있어서 독자들에겐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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