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복면을 쓰고 무장한 강도들이 `꼼짝마,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라며 돈을 요구하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영화 속 설정이 아닌 현실에서 총을 든 은행털이범을, 그것도 맨손으로 때려잡은 이성호(57) 포항북부경찰서장의 이야기가 연일 화제다. 범행을 위해 은행에 침입한 강도는 `불행하게도 은행에 볼일차 찾았던 현직 경찰서장에 딱 걸렸다`는 흔치 않은 일 때문에 국내 언론들의 이슈로 등극했다. 이 서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심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19일 서장실에서 만난 이 서장은 "제가 아니라도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잡았을텐데 너무 이슈화가 되니오히려 민망하다"며 "크게 잘한 것도 없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의 말처럼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한 건데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가 되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우연히 잡았지만 평상시에도 서장실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기 보다는 외근활동을 좋아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긴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북부서 직원들에 따르면 평소에도 이 서장은 오후시간이 되면 관내 곳곳을 순시하며, 새 길이나 새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범죄 예방활동을 벌이곤 했다. 또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업무를 챙기면서 500명이나 되는 직원 이름을 거의 외울 정도로 부하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뿐만 아니라 금은방, 재래시장, 은행 등을 돌며 넉살 좋은 웃음으로 시민들을 대해 무서운 경찰 아저씨가 아닌 친근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하루는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맞은편 금은방에서 외국인 4명이 속칭 네바다이(사기)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를 것 같은 촉(형사적 육감)이 와서 음식을 삼키지도 못한 채 가게로 달려가 주인에게 조언을 건네는 등 `포항의 범죄예방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 서장은 포북서 부임 이후 대부분의 집회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한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방법 등을 고민했다."직업근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복을 입고 있든 그렇지 않든 항상 경찰관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경우도 그렇죠. 가족들은 항상 걱정을 하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때 제 몸은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안전하게 해결하자는 생각만 있죠."만약 그가 경찰관으로서의 역량과 근성이 없었다면 결과는 딴판이 됐을 수 있다. 테니스부터 탁구, 배드민턴, 볼링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들을 섭렵하고 있는 이 서장은 평소에도 직원들과 함께 운동하다 졌을 경우 몇 달을 연습해 꼭 이겨야 하는 승부사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만약 그자리에 서장님이 없었다면 은행강도를 잡기 위해 설연휴도 없이 근무했을텐데 덕분에 부하직원들은 설 선물을 미리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가 항상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저는 직원 여러분들을 위해 뭘 할수 있을까 고민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주민들을 위해 뭘 할 것인지를 고민하십시오."올 한 해도 포근한 리더십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포항북부경찰서를 힘차게 이끌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