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살로메 소설가가 생애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을 펴냈다. 지난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등단해 12년 만이다. 저자는 틈틈이 써온 글을 묶어 10편의 단편으로 구성했다. 김 소설가는 지난 1991년 결혼 후 포항에 정착한 뒤 포항문인협회, 문예아카데미, 포항시립도서관 문화강좌, 원북원 포항 선정위원장 등 다양한 문학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8일 저녁 출판기념회에 앞서 지난 16일 효자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표지는 이쁘지만 안에 내용은 거칠어요." 기자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들을 살펴보면 섬세한 미문 대신 투박하고도 중성적인 문체로 사회 저변의 다양한 인간상과 관계성, 그리고 개개인의 내면을 다채롭고도 풍요롭게 조명했다. 이 소설에는 알비노증이 있는 약사, 무력한 대학의 시간강사, 영세기업 사장과 직원, 혼자 사는 한지인형 제작자, 불륜에 빠져 있는 간호사, 살인을 주도한 무기수, 매춘을 겸하는 텔레마케터, 시대착오적인 가부장, 불법 의료장, 가난한 영세 상인이나 과외교사,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병행하는 고학생, 성폭행범, 시메트리 증후군 환자, 삼류 시인 등이 등장한다.이들을 통해 삶의 비속함과 적나라함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한편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 심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 내노라하는 대표작은 없지만 조금이나마 애정이 가는 작품을 소개했다. 8번째로 실려있는 `왼손에 달강꽃`은 가공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정서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를 이해하기에는 부담이 없는 작품이죠. 그런데 사실 재미는 없어요"라며 겸손해하면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그는 또 문장이나 문체에 집착한다고 털어놨다. 사건이나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자신은 인물이나 문장에 좀 더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작업을 하다보면 그렇지도 않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설가로서의 연륜도 농익는 만큼 작업환경도 달라졌다고 한다. "새벽 1시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다 보면 5~6시는 훌쩍 지나가 버려요. 도중에 강변을 내려다보면 새벽 3~4시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같이 공감하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들에 잠기게 되는 그 시간을 저는 너무도 좋아해요."앞으로 수많은 새벽시간을 고뇌와 집필로 보내겔 될 김 소설가에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나온 첫 책이라 감회가 남다를거 같다는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뭐든지 일을 해보며 잘한거는 생각이 안나고 미흡한거만 기억나잖아요. 이번 책 출간도 그런거 같아요. 다음 행보를 위한 자극제로 생각하며 앞으로를 준비할 거에요. 타 신문사에 3년간 연재한 글을 엮어 두 번째 책은 생활칼럼집을 구상 중입니다."[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