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임윤저 나사못의 근원은 무엇인가대가리 굴려가며 살다보니다시 돌아 나올 수 없도록틀어쥐어야 삐걱대지 않았던가빛나는 십자가 여남은 개여기 저기 단단히 돌려 박았다한동안은 예수가 앉아 계시겠다시의 산책로 시(詩)란, 잠자는 인간의 의식을 깨우는 언어이다. 그래서 ‘문학 언어’는 ‘일상 언어’와 엄연히 구별된다. 좋은 시를 지으려면 남들이 다 쓰는 일상 언어를 사용해서는 결코 주목받을 수 없다.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사물의 숨겨진 ‘그 무엇’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바로 시 창작의 본령(本領)이다. 좋은 시를 빚기 위해선 우선 독창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상상력까지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 간혹 그 독창성과 상상력이 지나쳐서 시의 기본 틀조차 형성되지 않는 경우를 보는데 참 애석한 일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인이 무엇을 대상으로 삼아 말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이는 당연히 실패한 경우이다. 시의 화자(話者)가 말하고 있는 메시지를 독자는 사유의 끝에서 알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화자의 그 진정성에 감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 시는 꽤 성공한 작품이다. 의자에 단단히 박힌 나사못의 ‘십자 홈’을 보고 ‘예수’를 등장시킨 일은 현대시의 정수(精髓)라 할 만하다. ‘빛나는 십자가 여남은 개/ 여기 저기 단단히 돌려 박았다’에 시인의 촌철살인이 잘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