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목소리로 인연을 맺은 한 남자가 있다. 올해부터 새롭게 포항시립합창단을 이끌어 갈 이충한 지휘자. 음악이라는 길을 선택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 합창의 길 동네 골목길에서 나던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그집 담벼락 아래서 매일같이 서있던 한 초등학생은 어느덧 중년이 되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지만, 아버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외아들로 자랐던 환경 속에서 쉽지만은 않았다.그러던 중 중학생때에는 레슨 한 번 받지 않고 합창콩쿨을 나가 1등을 수상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밴드부에 들어가 여러 악기들을 섭렵하고 학생 지휘자를 맡기도 했다. 일찍부터 지휘자로서의 재능이 있던 그였지만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단국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국립합창단 베이스 파트에 입단했다.계속해서 성악가의 길을 걷던 그는 충남대 강사 시절, 우연찮게 합창연주회 지휘를 맡게 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본 주변인들의 권유에 따라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성악가는 객석을 보고 노래하지만 지휘자는 객석을 등지고 있으니 `돌아서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됐다. 마흔 줄의 그는 미국 North Texas 음대에서 합창지휘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2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 지휘자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고양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 포항과의 인연시간은 3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악을 전공하는 남자 친구들과 동해안 일주여행의 마지막 날, 포항에 도착했다. 이 지휘자는 "송도에 있는 소나무가 많은 호텔에서 묵었는데, 당시 방에서 전화기를 들면 교환원이 나왔다"며 "교환원의 사투리 섞인 목소리가 얼마나 이쁘던지 밤새 친구들과 전화기를 놓지 않았다"고 회상했다.세월이 흘러 최근 포항에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소식을 듣고서는 인터넷을 통해 무심코 호텔 예약을 했는데 와서 보니 이름만 바뀌고 그 위치에 있던 추억의 그 곳이었다고 한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는 표현, 정말 이럴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이충한 지휘자와 포항과는 정말 목소리로 엮인 운명의 끈이라도 있는 듯 서로를 당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포항시립합창단, 기대와 우려포항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 발탁 소식을 알렸을때, 주변의 반응이 어떠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지휘자는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20년 전통의 합창단이었지만 포항에 합창단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과 상임단원이 아닐 것이라는 등 갖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우려섞인 반응에 굴하지 않고 포항시립합창단을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단체로 만들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이 지휘자는 "전국 합창계에서 포항 잘하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그런데 이충한이 가도 포항시립합창단 별 소식이 없네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포항에서 사랑받는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연주회 많이 한다고 잘한다고 칭찬받는 것보다 밖에서 인정받고 사랑받은 정도의 지명도와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단원들과 함께 탈포항할 것"이라고 선언했다.이 지휘자는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먼저 오는 3월 30일 첫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과 연습에 돌입했다고 한다.이날 교향악단의 협조와 소프라노 강혜정이 출연해 무대를 더욱 빛낸다. 요한 스트라하우스 2세의 봄의 왈츠를 시작으로 하이든의 테데움, 다섯 곡의 히브리 사랑의 노래 등을 선보인다. 특히 앞으로는 단원들에게 대작 이외에 소품은 암기하도록 유도해 객석과의 리액션을 더욱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또한 전국 합창연주회에도 출전해 타 프로합창단들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계획이다.이외에도 지역 아마추어합창단에게도 관심을 갖고 리허설 등을 봐주는 등 함께 발전해나가겠다고 전했다.향후 정기연주회에서 시립합창단과 아마추어합창단이 함께 큰 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예정으로 지역의 합창문화가 활성화됐음 하는 바램을 품고 있었다. 이 지휘자의 이러한 계획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단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합창지휘자는 음악적 소양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로 인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합창단 전체가 음악 이전에 하나되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우리는 포항시립합창단이 업그레이드된 앙상블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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