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분다. 계절이 경계를 지나던 것이 엊그제 같더니 어느덧 겨울의 깊고 깊은 품으로 들어와 버렸다. 창백한 얼굴로 옷깃을 세우며 걷는 사람들이 더운 김을 뿜어낼 때마다 “올해도 큰 사고는 없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뇌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소방관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불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산적인 모습이지만 만약 잘못해 소홀히 대하면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여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생명까지도 앗아간다. 최근 서문시장 화재에서 보듯이 순식간에 피어올라 우리의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린다. 서양 속담에도 `불은 잘 다루면 충실한 하인이고 잘못 다루면 포악한 주인이다`(Fire is a good servant but a bad master)고 한다. 매년 불을 잘못 다루어 포악한 주인이 되게 수천건의 화재가 발생하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부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조금만 주의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화재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불씨, 불꽃, 화원의 방치, 음식물 조리중 자리를 비우거나 TV시청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소방서에서는 해마다 11월부터 2월 말까지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겨울철화재예방대책`을 추진한다. 전통시장에 대한 화재예방캠페인과 화재취약대상에 대한 지도방문, 활발한 안전교육과 홍보활동으로 국민들에게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계몽활동과 소방안전점검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선 소방관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재예방의 미비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화재예방의 주체가 소방관서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내 가정, 내 직장의 화재예방은 내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실천만이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먼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전기·가스 및 화기취급시설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이나 직장에서 비상구는 유사시 생명을 지켜주는 유일한 대피로이므로 통로, 계단실, 비상문에는 통행에 장애가 없도록 해주어야 한다. 화재는 발생 초기에 소화기 등으로 불길을 잡지 못하면 8분 정도가 지나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따라서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출동은 필수적이다. 좁은 골목길에 무단 주차한 차량은 긴급 자동차 통행을 어려움을 준다. 이번 서문시장화재시 관한 안전센터에서 출발한 소방차가 현장에 일찍 도착했으나 전통시장내로 소방차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된다. 소방서에서 아무리 뛰어난 안전정책과 예산, 인력을 투입해도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이루려는 관심과 노력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안전이란 열매는 맺히지 않는다. 올 겨울, 사람들은 자신이 불이 가진 야누스의 어떤 얼굴을 보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안전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기억하자. 스스로 준비하고 대비한 자만이 누릴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 불을 착하고 충실한 하인의 얼굴로만 기억하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