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어렵게 청문회장까지 끌어내 놓고선 오히려 질의하는 의원들의 밑천만 드러낸 꼴이다. 우병우는 지난 22일 국회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했다.지난달 27일 청문회 출석요구서 수령을 피하며 잠적한지 25일만이었다. 누리꾼들이 현상금까지 내걸며 추적해오자 견디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그러나 막상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의 뻣뻣하고 당당한 태도에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TV 생중계를 지켜보던 국민은 우병우의 모르쇠와 오리발에 분노를 넘어 과연 경북이 낳은 천재답다는 비아냥까지 터져 나왔다.최순실의 국정농단 탓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돼 국정이 마비상태에 이르렀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공직자들은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 안타까울 뿐이다.최순실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13가지 탄핵사유를 전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은 최순실의 존재마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오리발을 내 밀었다. 국정농단만 있을 뿐 그 실체는 없는 꼴이다.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 당시 장세동 비서실장이 영웅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은 최 씨의 국정농단을 밝히는데 핵심인물이다.특히 민정수석비서관은 민심을 살피고 국가 사정기관을 통제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해 관리 감독하는 일도 주요 업무의 하나다.최 씨가 대기업의 등을 치고 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을 주무른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눈치 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또한 최 씨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국정농단 행태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은 지금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우리가 얻은 성과라면 박 대통령은 충신이라 믿었던 자들의 배신에 울었을 것이고 대통령을 보좌하던 지근거리의 이따위 핵심참모들과 영혼 없는 공직자들을 더 이상은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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