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울휴가를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 노르웨이의 외딴 섬인 룬데(Runde)를 찾았다. 울릉도에서 출발해 두번의 여객선을 타고 세번의 비행기와 차를 번갈아 타고야 사흘만에 도착하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휴지 한 조각 찾아 볼 수 없는 청정 섬인 이곳은 오로라와 철새, 대구, 정어리의 고향이었다. 자연훼손을 이유로 섬 일주도로 조차 내지 않는 이곳에서 콘도의 주인 `폴`과 며칠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들에게 한 곳이라도 더 안내하고 설명하려던 순박함 그 자체의 지천명(知天命). 그는 결혼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예기해줬다. 콜롬비아 출신인 아내를 만난 곳은 폴이 도시로 나가 회사에 다닐 때 어느 클럽이었다.
처음 만난 그녀와 춤을 추다 그녀의 매력에 빠진 흠뻑 빠진 그는 그날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아 갔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또 다른 날도 그 이후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폴은 기대를 꺾지 않고 그녀와의 재회를 기다리며 에스파냐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첫 만남때 언어가 소통되지 않아 그녀를 더 알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3~4개월 동안 지독하게 글과 말을 배우고 있던 폴은 어느 날 그 클럽을 지나가듯 들렀는데 그녀가 마치 선녀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한 기분으로 그녀와 춤을 추고 난 후, 폴은 에스파냐어로 커피를 한잔 하지않겠냐며 데이트를 신청했다. 폴의 말에 깜짝 놀란 그녀는 당연히 데이트를 받아들였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모국어까지 배운 그의 열정과 사랑고백에 결국 결혼으로 골인했다. 콜롬비아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노르웨이에 왔던 그녀는 이제 세아이의 어머니로 룬데섬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폴은 이렇게 말했다. 그녀와 아직도 함께하고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우리 땅 독도에는 팔순을 바라 보는 김성도 부부가 살고 있다. 지난 70년대 독도에 전복을 따러 온 제주도 해녀는 당시 월남전쟁에 파병됐다가 고향에 돌아와 독도에서 어선을 몰던 김성도 씨의 적극적인 구애에 제주도 아가씨와 울릉도 총각은 그렇게 결혼했다. 그들은 오십여 년을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며 살고 있다. 겨울철에는 독도 여객선들이 기상악화로 모두 휴항에 들어가기 때문에 울릉도에서 지낸다.
독도에 가끔 들리면 노부부는 신혼부부같이 알콩달콩거리고 있다. 부부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정이 깊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고향 선배인 김 씨와는 평소에도 친분이 있지만 특히 지난 2000년도 중반 기자가 청와대와 비밀리에 독도유인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때 함께해서 더욱 인연이 깊다.
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진심어린 기자의 부탁에 "영삼아 우리 할마이가 최고다"라고 자랑을 한다. 보기가 좋다. 올해에는 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청춘남녀들이 사랑을 나눌까. 룬데와 독도처럼 이쁘고 행복한 사랑들이 봄꽃 피듯 숱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꽃별인 이 지구와 인류를 영원토록 지킬 것은 사랑밖에 없다고 기자는 신앙처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