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 한 달을 넘기면서 관련업체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소상공인 폐업증가, 회식이나 단체모임 감소 등 당초 예상했던 변화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후 기업체의 회식이나 각종 단체모임이 눈에 띠게 줄어든 음식점에는 더치페이를 하느라 길게 줄서고, 꽃가게는 5만 원짜리 김영란 화분도 안 팔린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또한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입구를 장식하며 줄지어 늘어선 화환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 같은 현상들은 모두 김영란법이 가져온 변화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자 한 법 취지와는 별도로 사라진 접대문화와 통상적인 만남이나 개인적인 교류도 위법성을 떠나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인간관계도 위축됐다는 공직사회. 최근 자녀 결혼 청첩장을 지인 40여명에게만 돌렸다는 한 간부공무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서로 부담될까 청첩장을 보내기 어렵다”며 “그간 계나 각종 모임을 통해 맺어왔던 인간관계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소원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밝혔다.또한 한우갈비, 송이버섯, 굴비 등 선물용으로 주로 소비되는 농수축산물의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렵다. 선물로 받으면 고맙지만 굳이 내가 구입하는 경우가 드문 탓이기도 하겠지만, 가격에 맞추자니 선물로서 볼품이 없고, 개별소비 확대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죽도시장에서 대게 등 수산물유통업을 하는 하모씨(53)는 “김영란법 이후 회식이나 단체모임은 아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올해는 콜레라, 태풍, 지진이 이어지면서 죽도시장을 비롯한 수산물을 취급하는 횟집들은 작년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으로 감소했다”고 말하며, 그나마 송년회, 동창회 등 각종 단체모임이 많은 연말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또한 북구 덕수동에서 10년째 꽃배달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43)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으로 배달하는 화환 주문은 법시행 이후 1/3이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 같다”며 “꽃배달 주문이 감소하고 있어 행사가 많은 주말에 맞춰 미리 물량확보를 해야 하는데, 재고될까 두려워 많이 저장하지 못해 전보다 높은 가격에 꽃을 구입하는 상황이다”고 밝혀 매출감소와 원가상승의 이중고를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0월 한 달간 포항시에서 폐업한 음식점은 40곳에 이르고, 구별로는 남구가 18곳, 북구가 2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업소나 휴업중인 업소까지 모두 합치면 더 많은 업소들이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관련업체의 휴폐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 현재 영업중인 식당들도 종업원을 줄이거나 비용절감 등 자구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지만, 절반으로 떨어진 매출감소는 일식, 한우전문점 등 고급 음식점 뿐만 아니라 서민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해장국과 순대국밥도 매출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김영란법의 역설’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포항시외식업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휴업이나 폐업하는 식당들도 속출하고 있지만, 현재 영업하고 있는 음식점도 ‘김영란법’ 시행이후 매출의 40% 이상 감소한 식당이 대부분이라는 분석자료에서 보듯 법 시행 이후 음식업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