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어부 출신의 사장이 운영하는 물회 식당이 있다.일단 그 말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데 ‘포항 전통 물회’를 선보인다 하니 귀가 번쩍인다.게다가 30년 가까이 전통을 지켜왔다는데 안 가볼 수가 없다.바로 포항 북부시장 터줏대감 중 한 곳인 ‘포항 오대양물회식당’이다.이곳의 물회는 회에 배, 오이, 깨소금, 김가루, 참기름, 고추장이 전부다. 육수가 없어 타 지역 사람이라면 첫 방문에 당황하곤 한다.오대양물회식당의 물회는 고추장으로 비벼 따로 준비된 살얼음이나 물을 넣어가며 먹는다. 그야말로 ‘포항 전통 물회’ 방식이다.다소 어설픈 비주얼이지만 일단 한 번 맛깔나게 비벼보자.하얀 생선회가 새빨간 고추장으로 물들면 없던 식욕도 샘솟기 마련이다.한 숟갈 먹으면 쫄깃한 회와 매콤한 고추장이 담백한 맛을 퍼뜨린다. 여기에 배와 오이의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까지 더해져 묘한 중독성마저 느껴진다.갓 지어 나온 밥은 아직 뜨거우니 식을 동안 함께 나온 살얼음과 돌돌 말려 나온 소면을 넣고 후루룩 먹어보자. 국수 면발 넘어가는 소리에 식욕과 즐거움이 2배가 된다. 이제 적당히 식은 밥을 물회 그릇에 넣고 또 한 번 후루룩 먹으면 밥 한 공기쯤은 뚝딱이다.
지금까지는 말그대로 기본이다.좀 더 풍부하고 화려한 식감을 즐겨보고 싶다면 오대양물회식당만의 스폐셜 물회를 한번 먹어보자.싱싱한 도다리에 해삼, 전복, 멍게 등이 들어가 쫄깃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칼칼하고 뜨끈한 매운탕과 포항 향토 음식 ‘밥식혜’도 있으니 물회에 밥을 다 넣어버리면 서운하다.원래 뱃사람들의 애환 담긴 음식이었던 물회에 지금은 각종 육수와 재료가 더해져 여름철 이색 별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흐름에 따라 변화를 꾀할 법도 하지만 박상규(69) 사장은 “변화가 있다면 보존도 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직접 담근 고추장을 이용한 ‘전통 물회’만을 고집해나가고 있다.실바람조차 시원하게 느껴지는 여름. 무더위로 입맛이 없을 때 ‘포항 오대양물회식당’을 찾아가보자.박 사장의 고집과 이를 알아주는 이들이 함께 이어나가는 ‘전통 물회’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메뉴는 자연산 도다리물회(中 1만7천 원, 大 2만 원), 잡어물회(中 1만3천 원, 大 1만7천 원), 도다리물회+해삼+전복(2만 원) 등이 있다.주소는 포항시 북구 대신동 67-5(북부시장 인근), 영업시간은 오전 8시~오후 9시까지다.[경상매일신문=김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