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운하 개발이 참 더디다. 전임시장부터 현 이강덕 포항시장까지 포항 운하에 들이는 공은 남다르다.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초지일관 한결같다. 이곳의 매각을 책임지는 LH 공사도 포항시의 일괄매각요청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왜 매각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질책에도 포항시의 추진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더디기만 한 사업이 최근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후쿠야마시 승격 100주년 방문단’이 지난 16일 요코하마의 ‘미나토 미라이 21지구’를 둘러보고 동빈내항과 포항운하 등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어 보자는데 뜻을 함께했다. 방문단에는 포항시의회 의원들도 동행했다.‘미나토 미라이 21지구’는 21세기 미래의 항이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부두와 조선소 등이 들어있는 항구였지만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다. 1980년대부터 요코하마 도심부의 일체화를 목표로 개발이 시작돼 랜드마크타워, 퀸즈 스퀘어, 빨간 벽돌창고 등의 유명한 관광지와 호텔, 그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집결해 있다.바다를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다워 일본의 도시경관 100선에 선정이 됐고 저녁에는 야간 경관이 설치돼 아름다운 도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1년 내내 사람들이 모이는 관광지가 된 것이다. 이곳을 찾은 방문단은 포항도 이곳처럼 만들자고 했다. 시장이 주도하고 시의원들도 동참했다.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큰 틀에서 도시계획을 만들어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활성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시대적 상황이 만든 포항운하포항운하 건설초기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보자. 포항운하의 태생은 운이 좋았다. 대통령이 이곳 출신이라는 점은 개발을 앞당기게 된 촉매제였다. 당시 LH공사 입장에서는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지역출신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이병석 국회의원의 역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안을 기획한 당시 박승호 전시장의 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불도저같이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오늘의 포항 운하는 탄생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여기에다 이사업을 위해 터전을 내어준 지역주민, 시의원 등 모두가 한마음이 됐기에 가능했던 사업이었다.포항 운하는 형산강과 송도, 해도 등을 흘렀던 옛 샛강의 물길을 트는 사업이다. 옛 물길을 찾아 그곳으로 물을 다시 흘리는 대역사이다. 그러나 포항운하는 옛 물길을 튼 사업이 아니다. 땅을 새롭게 뚫어 물길을 흘린 토목사업이다. 없던 물길을 만들어 낸 것이다. 형산강 하구의 직강공사 이전에는 이곳으로 여러 갈래의 물길이 흘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중 마지막까지 남은 물줄기는 송림천이다. 지금도 송림천은 형산강 하구와 연결돼 있고 송도동 인근의 생활하수 배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 운하는 그 송림천을 이웃하고 건설됐다. 포항운하를 보고 있으면 일본 북해도의 오타루 생각이 난다. 포항운하의 롤모델로 가끔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오타루와는 주변 환경과 세계적 관광명소라는 점만 큰 차이를 보일뿐 길이도 폭도 비슷하다. 오타루 운하는 도심재생차원의 포항운하개발과는 달리 실제 화물선의 상하역 작업을 위해 100년전 건설됐다. 운하사용이 어려워지자 주변을 정비했고 기존시설 등을 관광자원화하면서 오늘날의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낮과는 달리 밤의 이곳은 또 다른 세계를 연출한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곳,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나 듯 한 정취에 빠져드는 곳, 바로 이곳이 오타루의 매력이다. 반면 3년전 모습을 드러낸 포항운하는 처음부터 관광지화를 통한 도시활력을 목적으로 건설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별다른 관광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길을 트고 유람선이 다니는 정도에 그치고 는 것이다. 아직 주변개발이 미흡한 것이 가장 큰 원인 인듯하다. 포항운하와 주변개발을 연계하지 않고 운하개발에만 치우치면서 드러난 부작용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일본 오타루가 생각나는 이유지지부진한 이사업은 지난해 시가 주변개발에 다시한번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에는 이강덕 시장 주재로 관련공무원, 공사 등 관계자와 함께 토론회를 갖고 죽도시장과 형산강을 잇는 관광명소 개발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난개발로 인한 문제점을 사전에 막기 위해 구역별 개발보다는 통합 개발하는 방침도 세웠다. 송림교를 중심으로 양쪽 2개 지역을 나눠서 개발하는 방안은 신속성과 효율성을 감안한 것이다. 주차시설 등 편의시설의 우선 조성 방안도 점검하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의 토론과 이번 방문단을 통해 다시 한번 포항운하개발의 절실함을 보여줬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종합개발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너무 거대한 개발에만 목을 매지 말았으면 좋겠다. 포항시의 다각적인 개발방안에 첨언 한다면 화려한 외형에만 너무 치우치거나 성과위주의 보여주기 정책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항시의 말처럼 죽도시장과 연계해 해산물과 간이음식을 통한 맛과 멋, 끼와 꿈을 느낄 수 있는 그 정도의 공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시작이 반이다. 그렇게라도 시작부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