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만 하던 철강재 가격이 올 들어 상승 반전해 급등을 거듭하고 있는데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철강재 가격 상승 원인은 그 동안 지나친 철강재 가격 하락을 비롯, 중국 경제성장 저하와 내수시장 축소, 과잉공급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한 철강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꽃박람회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치 않을 것이다.올 2월부터 일어난 철강재 가격 폭등은 철강재의 가격 폭락과 경기부양 기대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많지만 단기간에 50%를 상회하는 폭등 원인은 대규모의 꽃박람회가 몰고 온 나비효과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중국에서는 매년 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꽃 박람회나 전시회가 열린다. 올해는 중국 하북성 탕산(唐山)시에서 열리는 국제화훼박람회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박람회가 최근 철광석 가격의 유례없는 폭등을 초래한 핵심 원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 박람회에는 세계 60여개국에서 참가하는 초대형 행사다.탕산시가 최다 1천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화훼박람회 기간 중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현지의 제철소들에 일시적 가동 중단을 명령하고, 대회 개막전까지 생산량을 늘릴 것을 권고하자, 원자재용 철강재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대거 몰리는 바람에 지난 2월부터 철강재 가격 폭등이 일었다는 세계 철강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발해만에 접한 인구 760만명의 탕산시는 베이징과 텐진시 두 대도시의 중요한 관문이자, 중국에서 최상위 철강생산 및 항만물류 도시다. 이 곳은 석탄산지여서 중국에서 크고 작은 고로 제철소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보니까 자연히 철강도시가 됐다. 산업구조가 포항과 흡사한 도시다.올 탕산시의 화훼박람회는 4월 말에 개막, 10월말까지 열린다. 지난 2월부터 탕산시가 꽃박람회 기간 중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철강재 생산량 축소조치를 하자, 현지 제철소들의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수요가들의 사재기까지 겹쳐 철강재 가격 급등이란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이같은 갑작스러운 수요 때문에 철광석 가격은 올 들어 4월말 현재 무려 50%나 폭등했다. 이러한 이상 현상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생산업체나 유통업체의 같은 의견이다.철광석 가격은 공급 과잉과 중국의 수요 부진 때문에 지난 몇 달 동안 침체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간 셈이 됐다. 탕산시에 위치한 제철소의 수요가 철광석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이 지역에 풍부한 석탄과 철광석이 매장돼 있는 덕분에 철강 생산량이 중국 전체 생산량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탕산시의 꽃박람회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주요 철강사들의 주가 상승과 철강재 인상에 힘을 실어준 준 셈이다. 하지만 꽃박람회가 끝나면 최근의 철광석 및 철강재 가격 폭등세는 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재 유통 전문가 및 업자들은 “세계경기가 아직 살아날 기미기 보이지 않기 때문 일시적인 철강재 급등은 그리 반길 일이 아니며 탕산시의 제철소들이 본격 가동되는 9월부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철강산업의 향방에 따라 희비가 드러나는 포항시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관련업계에서는 중국 탕산시 국제꽃박람회의 ‘나비효과’에 너무 기대치 말고 언제 또 다시 불어닥칠지도 모르는 혹독한 불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강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