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아침에 나가보니 비바람에 다 떨어지고 나무 전체가 붉은 빛으로 변하면서 사이사이에 연초록 잎새가 목피를 비집고 올라오고 있다.꽃이 진 자리에는 붉은 꽃받침이 남아 나무 전체가 봄 햇살에 화상을 입은듯 하지만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 뒤 초록의 잎새가 움트고 나무 사이에 걸어 둔 20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물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두툼한 선거 홍보물이 집집마다 우편물로 가득 차고 저녁이 되면 동네 어귀에 세워진 후보자의 선거 유세차에서는 스피커를 통하여 갖가지 달콤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예부터 권불십년, 재불 3대라 했다. 사실 권력이라는 것은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자가 감옥에 들어가고 권력의 마지막이 명예롭지 못한 것을 우리는 눈으로 목격하였다.지금까지 권력의 주변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 봤다면 그것이 실천하지 못할 공약임을 알면서도 표를 위해서는 무조건 공약을 남발해서야 되겠는가?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근시안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벌 나비만을 유혹하는 꽃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래도 꽃은 떨어지면 알찬 열매로 보답하는 것이 아닌가?다산 정약용의 친형이자, 자산어보를 지은 손암 정약전은 소나무 정책에 대한 개인 의견인 「송정사의」를 써서 순조 왕에게 보냈다. 「송정사의」는 당시 백성을 질곡에 빠뜨린 대표적 민폐 중 하나인 소나무 벌목 금지 정책에 대한 정책 제시를 담고 있다. 정약전은 소나무 벌채 금지정책인 송금(松禁)이 잘못됐음을 설파하면서 그 권한이 수령 등의 지방관이 관할함으로써 그들의 탐학이 백성의 불만과 원성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지방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정약전은 송금(松禁)이 실현 불가능하므로 벌채를 금지시키지 말고 소나무 식목을 권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약전의 송금(松禁)에 대한 관심은 흑산도 유배 이전에 이미 표출되었다. 특히 유배생활 중에 송금으로 백성들이 엄청난 수탈을 당하고 있음을 직접 목격한 것이 이 저술을 남기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왕조가 긴요한 소나무 육성을 중시한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송금 정책은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질 좋은 소나무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지방관이 백성들을 수탈하는 방편으로 악용되곤 했다. 이에 많은 곳에서 백성들이 수탈의 원인인 소나무를 마구잡이로 벌채하는 사태가 빈번했다. 산림이 황폐한 이유는 첫째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요, 둘째 저절로 자라는 나무를 꺾어 땔나무로 쓰는 것이요, 셋째 화전민(火田民)이 불태우는 일이다. 이 세 가지 환난을 제거한다면, 도끼를 들고 날 마다 숲에 들어가 나무를 한다 해도 재목이 너무 많아 쓸 수가 없을 지경일 것이다.이 세 가지 환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국법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관재(棺材) 하나 구하기가 어려웠다. 궁벽한 시골은 부자가 상을 당해도 시신을 관에 넣는데 열흘이 걸리기도 하고, 평민은 태반이 초장(草葬)을 하였다고 한다.가옥과 배, 수레나 관재의 재목으로 베어 쓰고자 한다면 탐관오리가 이 법조문을 빙자하여 차꼬(수갑)에 채워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는 등 죽을죄를 다스리듯 하고, 심지어 유배를 보내기까지 하였다고 하니 제도와 법 적용을 잘못하고 하급관리와 선량한 백성들에게만 모든 것을 돌리고 있으니 옛날이나 지금이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회생시킨다고 하면서도 산적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당면한 문제들이 코앞에 있어도 자기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지도자들은 없다.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전가하고 당선을 위한 표만 구걸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유권자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 귀중한 한표 한표로 준엄한 심판을 할 때가 되었다.누구를 당선시켜야 탐관오리가 나오지 않고 정직하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를 판단하여 저 꽃이 진 자리에 어떤 열매가 맺혀질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이 소중한 주권 행사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거두어야 할 튼실한 열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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