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우리조상들은 추운겨울이 오기 전 김장을 하고 땔감을 준비하고 식량을 비축하고짚으로 이영엮어 초가지붕을 교체하는 등 월동준비를 하여 기나긴 겨울을 슬기롭게 이겨내 왔다. 그런데 올여름 온 국민 가슴을 서늘하게 했던 전국적인 순환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도 정부는 이번 겨울철 전력사정이 불안정하여 최악의 경우, 올여름처럼 순환정전도 불가피하다며 국민들을 또다시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우리의 옛조상들이 철저한 월동준비로 엄동설한을 대비하였듯이 그동안 전력산업도 월동준비를 왜 미리미리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많다.
정부는 내년 1월 2~3주 사이에 전력예비력이 최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 비해 동절기 전력사용량이 월등히 많으나, 수요만큼의 전력공급설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석유난로 등과 비교하여 효율이 30%밖에 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하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전기난방기기 이용이 급증하였으며, 울진원전 4호기가 정비물량 증대로 내년 4월까지 정비를 해야 하는 등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신규발전소 적기 준공, 예방정비 일정 조정으로 부족한 전력설비를 확보하고, 공공건물 난방온도를 20℃ 이하로 유지토록 하는 등 전력수요관리도 강화하고 있으며 에너지 사용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월성원전 1호기를 비롯하여 신고리원전 2호기 등 신규원전 2개 발전소가 건설을 끝내고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겨울철 전력난이 예상되는 시점에 하루라도 빨리 연료장전을 착수하여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의 바램이다. 하지만 예정대로라면 수개월 전에 전력 생산을 위한 상업운전을 시작하여야 했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하여 더 안전한 설비보강을 위해 지연되고 있다. 한호기 건설비가 2조원이 넘는 발전소 준공이 늦어질 경우 하루에 수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높아진 국민들의 원전안전에 대한 요구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안전성 진단 결과를 토대로 안전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등 세계최고의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를 위해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휴일 반납은 물론 밤늦도록 설비를 보완하고 점검하느라 몸은 지쳐있지만 우리의 옛조상들이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여 철저하게 월동준비를 하였듯이 우리 또한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월동준비를 한다는 자세로 오늘도 묵묵히 현장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월성원자력본부 제3발전소 안전팀 차장 장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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