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 성공을 알리는 리춘희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격앙 그 자체였고, 그 목소리가 북한 정책의 강도를 그만큼 높게 두고 있다는 비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였다. 북한 헌법에는 핵 보유가 핵심적 사업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북한 당국은 세상이 바뀌어도 핵은 포기할 수 없는 ‘절대가치’라고 한다. 이런 북한을 두고 ‘6자회담’이니 ‘중국 압박 병행’이니 하면서 말잔치만 늘어놓다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환상 속에 허송세월한 것이 미국과 UN의 안일한 대처였다. 무엇보다 미국의 오판이 문제였다. 경제적 압박을 강행하면 북한이 두 손 들고 순순히 항복할 것이라는 순진한 정책을 순진하게 더 키운 것이다.북한의 집권세력들은 미국의 허술한 대책을 보고 웃었을 것이다. 경제적 압박이 성공한다는 것은 중국의 태도 여부에 달렸는데, 미국보란 듯이 북한을 감싸고 있었으니 주민들만 고통을 당하였다.따라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행하려면 미국이 중국과 완전합의를 도출하여 북한을 고립무원의 음지로 몰아넣어야 한다. 하지만 답은 역시 하나, 거의 불가능이다. 2009년 2차,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석유 공급을 일시 중단하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국제여론을 감안한 흉내 내기였을 뿐, 결정타를 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내성만 키웠을 뿐이다. 중국이 북한을 완전배격하지 않는 것은 북한이라는 정치적 완충지대가 필요하고, 일본을 앞장세워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제어하려는 미국의 ‘중국 포위정책’이 지속되는 한, 중국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일 미국은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를 북한 상공에 출격시켜 시위를 하였다. 북한의 죽은 김정일이 B-52라 하면 자다가도 경기한다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미국이 평양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확실한 방증이 없는 한 꿈쩍도 안할 것이다.물론 B-52 3~4대가 10분 정도만 평양을 공격한다면 지구상에서 평양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 것도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유일한 대처 방안은 세컨더리(secondary) 보이콧 정책이다. 즉 핵 활동과 관련 없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 하더라도, 핵을 갖고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방식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는 미국을 비롯하여 한국은 물론 UN의 대북 핵정책을 지지하는 나라와 상거래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금상첨화고, 미국과 유럽의 여타 국가만이라도 세컨더리 보이콧 정책을 함께한다면 우선 수출로 먹고사는 중국이 꼼짝 없이 첫 번째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이 정책은 분명한 명분을 갖고 있다. NPT를 자의적으로 탈퇴하여 핵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만들어 세계를 위협하는 깡패 같은 북한과는 지구상에 함께 살 수 없다는 대의에 세계가 동조할 수밖에 없다.중국이 이 정책에 역주행 한다면 미국 시장을 먼저 잃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증권이 연일 곤두박질하고, 연 9%의 경제성장이 6%대로 하락 하는 중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이 살기 위해서는 연간 100만t의 원유를 북한에 보내고 있는 중국이 송유관 코크를 잠가버리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2~3개월 사이에 북한이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만큼 중국도 상처를 입지만, 미국 시장을 상실한다는 가상 위에 구도를 그려본다면 세컨더리 보이콧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많을 것이다. 중국은 대국다운 자세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동북아 일대가 대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든가,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깨는 어떤 행동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립서비스만 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한국도 이제 살기 위해서는 중국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핵을 이고 살수는 없지 않은가! 사드도 배치하고 미국의 전략무기 한국 배치도 적극 수용해도 중국이 할 말이 없을 것이다.대북경제 지원이니, 민간교류협력이니, 평화공존이니 하는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광대 춤에 장단 맞추는 격이다. 한국이 6ㆍ25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해준 미국과의 동맹에 금이 가는 애매모호한 외교는 더 이상 한국에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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