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놀기자]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민족 전통주 ‘막걸리’.구수한 풍미와 탁한 빛깔을 띤 이 술엔 조상들과 서민들의 애환과 정이 깃들어 있다.쌀로 빚어 때로는 굶주린 배를 채워주고 때로는 ‘희노애락’의 순간을 함께 해온 막걸리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자 문화 그 자체다.막걸리의 수요는 3, 4년 전부터 급증했으며 해외 10여 나라에 수출이 되고 있다.술이 익어가는 가을날.29일 ‘막걸리의 날’을 맞아 막걸리에 대해 알아보며 그 맛과 매력에 흠뻑 취해보길 바란다.<편집자 주>▲막걸리의 역사
고려시대부터 직접 빚어 마시기 시작한 막걸리는 멥쌀로 빚어지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찹쌀로 빚으며 감칠맛을 내게 됐다.또 고려시대에는 국가의 큰 행사를 위해 사찰 등에서 대량으로 빚어왔으나 불교 배척 정책을 시행인 조선시대에는 집에서 직접 술을 빚어 먹는 ‘가양주 문화’가 정착하게 됐다.수백 년,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제조법은 전통 명주를 탄생시켰다.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제정된 주세법에 의해 전통적으로 빚어오던 술은 ‘밀주’ 취급을 받으며 점차 사라지다 그 맥이 끊기고 말았다.해방 이후엔 식량이 귀해 쌀로 술을 빚는 것을 제한해 막걸리를 보리, 옥수수, 밀가루 등으로 빚었지만 밀가루의 품질이 떨어지면서 술의 질도 떨어지게 됐다.게다가 외국에서 다양한 술이 들어오고 시대가 점차 풍요로워짐에 따라 막걸리 산업은 하향 길을 걷게 됐다.▲‘대세’ 막걸리
맥주와 소주에 밀려 주춤했던 ‘서민의 술’ 막걸리가 최근 ‘웰빙(Well-being)’ 열풍을 타고 다른 술에 비해 건강과 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사실이 입증되면서 ‘웰빙푸드’로 떠올랐다.쌀과 누룩으로 빚어 탄수화물, 식이섬유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유산균, 효모 등이 들어있어 간 손상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게다가 미용 효과와 더불어 다른 술에 비해 낮은 열량과 알코올 도수는 가볍게 술을 즐길 수 있어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막노동, 농촌 현장에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은 일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또 기존의 막걸리에서 벗어난 ‘울릉도 호박막걸리’, ‘유자크림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 ‘청포도 막걸리’ 등 다양한 맛의 막걸리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대세’로 입지를 굳혔다.아울러 막걸리를 이용한 칵테일과 막걸리 푸딩 등이 개발되고 막걸리 축제도 개최돼 외국인들의 마음을 앗아가며 세계적인 술로 거듭나고 있다.▲오덕(五德)과 삼반(三反)막걸리에는 ‘오덕(五德)’과 ‘삼반(三反)’이 있다.오덕은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는다는 일덕 ▲새참에 마시면 요기가 된다는 이덕 ▲힘이 빠졌을 때 기운을 돋운다는 삼덕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된다는 사덕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가 풀린다는 오덕 등 다섯 가지의 덕을 뜻한다.삼반은 ▲놀고먹는 사람이 막걸리를 마시면 속이 끓고 트림만 나고 숙취를 부른다는 근로지향의 반 유한적 ▲서민으로 살다 왕이 된 철종이 궁 안의 미주를 마다하고 토방에서 멍석 옷을 입힌 오지항아리에서 빚은 막걸리만을 찾아 마셨던 것처럼 서민지향의 반 귀족적 ▲군이나 관이 참여하는 대사가 있을 때 합심주로 막걸리를 돌려 마셨으니 평등지향의 반 계급적 등 세 가지의 반항 성격을 말한다.▲지역별 막걸리
막걸리는 지역별로 맛이 다른 수백 가지의 막걸리가 있다.각 지역마다 다른 쌀맛, 물맛에 특산물까지 더해져 획일화 된 막걸리 대신 특색 있는 막걸리를 만들어낸다.대표적으로는 부산 금정산막걸리, 울릉도 호박막걸리, 포천 이동막걸리, 포항 영일만 친구, 서울 장수막걸리, 울산 태화수 막걸리, 공주 알밤 막걸리, 정선 아우라지 옥수수 막걸리, 제주도 감귤 막걸리 등이 있다.특히 올해 등장한 ‘울릉도 호박막걸리’는 국내산 쌀과 호박에 울릉도 청정 1급수 용출수를 이용해 빚은 술이다.울릉군의 향토막걸리 육성사업의 하나로 울릉군과 울릉우리술㈜(대표 천기화)이 공동으로 제조, 시판하고 있다.먼저 호박색 병에 담긴 호박막걸리는 샛노란 빛을 띠고 있어 시선을 이끌며 마시기 전부터 이미 시각을 한차례 충족시킨다.이어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달달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으로 술에 약한 사람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명주’다.또 비타민 A가 되는 카로틴, 비타민 C, 칼륨, 레시틴 등이 풍부해 ‘웰빙푸드’로 알려진 막걸리 중에서도 호평과 함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부산 금정산 막걸리’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허가한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의미 깊은 술이다.또 애주가들 사이에서 단연 옛날 막걸리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선호하는 막걸리 1위’로 손꼽히고 있다.▲‘포항’의 막걸리
포항을 대표하는 막걸리엔 ‘울릉도 호박막걸리’, ‘영일만친구’, ‘옹해야 막걸리’ 등이 있다.‘영일만친구’는 포항 지역 쌀 소비 촉진을 위해 포항시가 포스텍과 포항TP에 요청, 포항쌀과 우뭇가사리를 이용해 개발한 포항의 특산품에 속하는 막걸리다.‘옹해야막걸리’는 포항시 북구 기북면의 ㈜청슬전통도가(대표 정광욱)의 대표 주류로 지난 2011년 말린 솔잎 분말을 발효시켜 솔잎의 효능 100%를 살린 술이다.▲맺음말수요 급증과 더불어 해외수출 증가로 ‘효자식품’이 된 막걸리의 유일한 단점은 ‘짧은 유통기간’이다.단점 보완을 위해 방부제를 넣기도 하지만 이러한 임시방편 대신 과학적 접근을 통해 막걸리의 유통기간을 늘린다면 머지않아 막걸리는 한류를 타고 세계 명주 반열에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