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국회의원이 국회를 버리고 광화문으로 나가 유랑극단 흉내를 내는 가하면, 내용은 외면한 채 현수막부터 내거는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지난 날 우리조상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정직하게 숙지하고 긍정적인 사실(史實)은 더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부정적인 역사는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바탕 위에서 민족이 나아갈 미래를 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교과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오직 진실만을 서술할 뿐, 개인의 주장이나 집단의 유ㆍ불리에 따른 주장을 배제해야함에도,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자기만이 옳다고 사생결단을 하는 것은 민족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오류를 범하는 범죄 행위이다.지난 14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의 역사 왜곡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면서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 정권과 똑같이 박근혜 정부 역시 교과서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고 한다”고 하였다.같은 맥락에서 또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큰 목표로 일관되게 ‘아버지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해왔는데, 그 때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야”고 했다.설훈 의원은 “히틀러의 나치가, 일본의 제국주의가, 우리나라의 유신 체제가, 북한이 국정 교과서를 한다.”고 했으며, 배재성 의원은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고 하였고, 유인태 의원은 “유신 미화 교과서를 만들어 국민 통합이 되겠느냐, 아베(일본 총리) 따라 하는 거다”라고 성토하였다.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분간도 못하는 푼수들인지 역사교과서에 ‘유신 미화’ ‘군사 쿠데타 미화’ ‘친일 독재 찬양’을 하겠는가? 국정교과서 초안 구상도 나오기 전에 미리 예단하고 극렬한 반대를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을 보면, 친북한 일변도의 현 역사교과서를 옹호하고 ‘바른 역사교과서’제작을 무산시키려는 술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문제의 현행 역사교과서는 민중사관에 바탕을 두고 저술되었으며 이러한 교과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학생들에게 통용될 내용이지, 전 세계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라고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에서는 가당치도 않는 허구의 주장일 뿐이다. 매일경제신문(지난 10월 20일자)이 보도한 ‘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역사 왜곡 사례 15선’을 보면 ① 공권력 집행을 ‘주민 탄압’으로(천재교육 p,309), ② 이승만은 분단의 원흉(두산동아 p.270), ③ 친일파 청산 가로막은 이승만(비상교육 p.352), ④ 북한의 농지개혁 좋아요! 한국 농지개혁 나빠요?(두산동아, 검정본 p.276), ⑤ 한국의 초라한 정부 수립 VS 북한의 거창한 수립 선포(두산동아 p.273), ⑥ 소련과 중국의 전쟁 개입 ‘지원’, 유엔군 참전은 국제전 확대의 원흉(천재교육 p.312), ⑦ 소련의 원조는 善? 미국의 원조는 惡?(미래엔 p.321), ⑧ 읽다보면 주체사상은 좋은 사상?(금성출판사 검정본 p407), ⑨ 노동신문 사설 싣고 자주노선은 좋아?(천재교육 검정본 p.329), ⑩ 북한 천리마 운동 찬양(두산동아 p.286), ⑪ 헬북한과 남한을 동일시?(두산동아 p.282), ⑫ 한국 경제성장은 反국민, 외국 자본의 착취 역사?(미래엔 p.329), ⑬ 한국의 경제개발은 反노동자적? 정경 유착?(미래엔 p.340), ⑭ 기업인은 부도덕? 일방적 매도(미래엔 p.340), ⑮ 산업화 과정을 정경 유착으로 매도(천재교육 p.333), 이 내용으로 공부한 세대에게 무슨 애국심을 바라겠는가!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세계를 향해 웅비를 펴도록 지도하려면, 조국의 역사가 영광스럽다는 자신감과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확고한 민족사관이 없이 어떻게 나라 사랑이 가능하겠는가! 관광자유화가 실시되고 미국으로, 유럽으로, 러시아로, 아프리카로 여행한 한국 사람들이 도착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입간판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큰 환희의 함성을 질렀는가! 그런데 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역사 왜곡 사례가 사실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오늘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겠는가? 양심 있는 학자들이라면 답해보아야 한다. 학자의 양심은 좌고우면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역사학자들이 너도나도 교과서 국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좌파들이 점령하고 있는 학계에서 왕따 당할까 지레 겁을 먹고 꽁무니를 빼는 것이냐? 고 하니까, 교과서를 국가가 관리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명분이다.남의 나라가 안 하니까 해서 안 된다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그렇게 고결하고 양심적이라면, 교학사 교과서가 심의를 통과하자, 좌파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교장들에게 협박을 가하고, 압력을 가하고, 난동을 벌일 때는 왜 한 마디도 못하였는가! 국정이 아닌데도 말이다.그래도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교수 102명과 전교조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던 퇴직교장 모임인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 1589명이 교과서 국정을 찬성한 것은 참으로 용기 있는 함성이며 결단이다. 역사교과서가 국론 분열의 지렛대가 되어서도 안 되며, 어느 한파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수용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올바른 저술로 후세에 부끄럽지 않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